법령서 모호한 표현 없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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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처는 법령 조문에서 '상당한 이유'나 '현저히 공익을 해칠 우려'와 같은 모호한 표현을 없애고 기준이나 범위, 이유 등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문구로 바꾸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공무원들이 이런 모호한 표현을 멋대로 해석해 법을 적용하는 일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법제처는 앞으로 3년에 걸쳐 법률과 대통령령, 부령 등 424개 법령의 858개 조문의 모호한 표현을 고칠 계획이다.

법제처는 각종 법령에서 ▶분명치 않은 재량권 ▶무분별한 하위법령 위임 ▶불투명한 효과 규정 ▶포괄적인 인허가 취소 제도 ▶분명치 않은 과징금 규정 ▶법적 근거 없는 조건부 인가제도 ▶ 명확하지 않은 관계기관 협의제도 등 일곱가지 사항을 중점적으로 고쳐나갈 계획이다. 김선욱 법제처장은 "법령 조문이 불명확해 공무원이 재량권을 남용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이것이 공직 부패의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법령 정비 이유를 설명했다.

예를 들어 가축전염병예방법 가운데 '시장.군수.구청장 등은 가축전염병에 걸렸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가축 소유자에게 당해 가축의 살처분을 명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이 중 상당한 이유를 '해당 의료기관 등에서 판정을 내리거나 ○○○한 증상을 보이거나'와 같이 구체적으로 정하게 된다. 또 법령 조문 중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은 허가 요건을 갖춘 경우 행정관청이 반드시 허가를 내줘야 하는지가 분명치 않다. 이를 '기준을 갖춘 경우 이를 허가하여야 한다'는 식으로 고칠 계획이다.

법제처 관계자는 "인허가 취소 조항의 경우도 포괄적인 규정이 아닌 세부적으로 '○○ 법률의 ○○ 조항 위반시' 등으로 조건을 구체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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