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 밀리밴드, 데이비드 밀리밴드(왼쪽부터)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그는 25일(현지시간) 노동당 당수 경선에서 형 데이비드(44) 전 외교부 장관을 가까스로 이겼다. 총 5명의 후보가 나선 선거에서 당초 형은 37.8% 득표로 1위를 차지했다. 동생은 34.3%로 2위였다. 그러나 과반 득표자가 없던 탓에 3, 4, 5위 후보가 얻은 표를 1, 2위 후보에 배분해주는 작업이 진행됐다. 이 경선에서는 투표자들로 하여금 원하는 후보 2명을 선호도 순으로 표기토록 한 뒤 일단 1순위 기준으로 표를 계산한다. 이때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부진한 후보자들의 표를 2순위 기준으로 1, 2위 득표자에게 표를 나눠주도록 돼있다. 이런 규정 때문에 결국 개표 결과는 50.65% 대 49.35%. 동생의 막판 뒤집기였다.
승리의 요인은 노조의 지지였다. 데이비드는 일반 당원의 표를, 에드는 노조원의 표를 많이 얻었다. 노조는 동생이 형보다 노동자의 권익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 형제는 정치 토론이 일상적인 가정에서 자라났다. 벨기에 출생의 폴란드계 유대인인 부친은 1980년대 영국의 대표적 마르크스주의 정치학자인 랠프 밀리밴드(1924∼94), 어머니는 여성 좌파 운동가 마리온 코작(75)이다. 집에는 당대의 내로라하는 정치가와 학자들이 몰려들었다. BBC 방송은 동생인 에드가 부모의 좌파적 시각을 더 많이 물려받았다고 전했다. 데이비드와 에드는 나란히 옥스퍼드대 코퍼스 크리스티 칼리지에서 ‘철학·정치·경제(PPE)’를 전공했다. 학업 성적 면에서는 동생이 더 뛰어났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형제는 선거 전에 “정치보다 가족이 우선”이라며 우애를 과시했다. 하지만 촉망받던 형의 정치적 장래는 경선 패배로 난관에 봉착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