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간 영토전쟁’ 일본, 중국에 백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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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검찰은 센카쿠 열도 인근에서 일 순시선에 고의로 충돌한 혐의로 구속된 중국 어선 선장 잔치슝을 곧 석방할 것이라고 24일 발표했다. 사진은 체포된 잔 선장이 8일 일 해상보안청 직원과 함께 오키나와 이시가키항에 도착한 모습. [이시가키 AP=연합뉴스]

일본은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주변 영해를 침범한 후 일본 순시선에 고의로 충돌한 혐의로 지난 7일 구속했던 중국인 선장을 조만간 석방한다고 24일 발표했다. 중국 어선 선장 잔치슝(詹其雄·41)은 25일 중 중국에 송환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 7일 이후 극한으로 치닫던 일본과 중국 간 긴장관계는 일단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을 조사 중인 일본 오키나와(沖繩)현 나하(那覇)지검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선장이 순시선을) 고의로 들이받은 것은 명백하지만 순간적으로 벌인 행동이고 계획성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국가(일본)와 국민(일본인), 그리고 앞으로의 일·중 관계를 고려하면 더 이상 구속해 수사를 계속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 ‘처분보류’ 결정을 통해 석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은 이날 “ (석방을 통해) 앞으로는 일·중 간 전략적 호혜관계가 더욱 충실해지도록 양국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담화를 통해 “중국 정부는 전세기를 파견, 선장을 귀국시킬 방침”이라며 “일본이 그동안 중국인 선장에게 취한 모든 사법적 조치는 위법이며 무효”라고 주장했다.

일본은 중국·대만과 일본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센카쿠 열도 구바지마(久場島) 인근 해역에서 중국 어선이 일본 해상보안청의 순시선을 들이받았다며 선장과 선원 15명을 붙잡은 후 선원 14명은 석방했지만 잔 선장은 계속 억류해 왔다.

이에 중국은 센카쿠 열도가 자국 영토인 만큼 일본이 자국 선장을 구속한 것은 불법이라며 강력히 반발해 왔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니와 우이치로(丹羽宇一郞) 주중 일본대사를 다섯 차례나 불러들였고, 20일에는 일본인 4명을 군사시설 불법 촬영 혐의로 연행, 23일 이를 공표하는 등 일본에 전방위로 압력을 가해 왔다.

한편 일본 내에선 이날 중국인 선장의 석방 방침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제1야당인 자민당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정조회장은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 가 유엔 총회 참석차 외유 중인데 어떻게 이런 결정이 내려졌는지 그 판단 근거와 과정을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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