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 의식 조사] 효도, 마음은 굴뚝 같은데 손발이 안 따라주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중견기업 과장인 문모(35.서울 강남구)씨. 삼형제의 막내지만 굳이 형들에게 부모 부양을 미룰 생각이 없다. 현재 고향인 경남 창원시에 거주하는 부모님의 건강이 악화되면 언제든지 서울로 모실 생각이다. 마음만은 효자인 셈이다.

"부모를 부양하는 것은 자식의 도리라고 봅니다. 장인.장모도 마찬가지예요. 부모를 모시면 아이들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좀처럼 실천이 안 된다. 정기적으로 용돈을 드리고 싶어도 정작 고향을 방문할 때 20만원 정도 드리는 게 고작이다. 그나마 부모님들이 받은 돈을 옷이나 책을 사라며 손자들에게 주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거의 용돈을 드리지 못하는 셈이다.

<관계기사 5면>

문 과장은 설.추석.여름휴가 등 한 해에 세 번 정도 창원에 간다. 맞벌이하느라 시간에 쫓기고 너무 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자녀는 문 과장처럼 효의 중요성을 인식하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일보와 경기문화재단이 여론조사전문기관 ANR에 의뢰해 최근 서울과 경기 지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의식조사를 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부모 부양은 자식의 책임이자 의무라는 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86%가 '그렇다'고 답했다.

'효도를 해야만 집안이 잘 된다'거나 '가족의 결속을 강화시킨다'는 데 대해서는 각각 80%와 85%가 동의했다. 응답자 가운데 51%는 '부모가 배우자보다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렇게 효의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하면서도 응답자들은 현실적인 이유로 부모를 제대로 공경하지 못하고 있었다.

'집안에 일이 있을 때만 부모를 방문한다'는 사람이 39%로 가장 많았고, 두세달 만에 한번씩 간다는 경우가 22%였다.

부모 집에서 머무는 시간은 하루 정도(35%)가 가장 많았다. 이들이 자주 못 가는 이유로 가장 많이 든 것은 '본인이나 배우자의 직장 일로 인해 시간이 없다(45%)'는 것이었다. '거리가 멀다'와 '경제적인 여건이 안 된다' '정성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도 제시됐다.

신성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