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우정의 해] 일본 디자인이 보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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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上)책상다리 또는 무릎을 꿇고 앉는 일본인의 좌식생활에 맞춘 얇고 작은 의자. 오카지마 가나메의 디자인. (下)일본 전통의 보자기(후로시키)와 비슷한 가방 이미지로 하이테크 기기를 싸는 발상을 보인 가방.

'한.일 우정의 해'를 미술로 열어젖히는 전시회는 '현대 일본 디자인'이다. 손가락만한 고무지우개부터 9평짜리 집까지, 지난 50여 년 일본인과 함께 해온 105점 일상용품이 현대 일본을 거울처럼 비춰준다. 1964년 도쿄 올림픽 이후 디자인에 노력을 기울인 일본은 21세기 들어 디자인 강국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기에 이르렀다. 세부에 대한 집착, 기술에 대한 주의력, 환경에 맞는 사용법, 기지 넘치는 조형 등 일본 디자인의 특징은 현대 생활과 발걸음을 같이하고 있다. 정밀하면서 작고 가볍고 얇은 형태의 추구는 디지털시대에 환영받는 덕목이다.

카시오계산기주식회사가 내놓은 2003년형 디지털 카메라는 와이셔츠 주머니에 넣어도 거뜬할 만큼 슬림형이다. 서랍에 비닐처럼 넣어 두었다가 펴서 물만 넣으면 꽃병으로 변하는 디자인은 마술같다. 혼잡한 거리 사정을 생각한 경삼륜트럭은 장난감 자동차를 떠오르게 한다.

▶ "콤팩트 카"의 과거형이라 할 경삼륜트럭(左)과 얇은 비닐을 펴 물만 넣으면 변하는 꽃병은 경박단소(輕薄短小)를 추구하는 일본 디자인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이런 경자동차 디자인의 장점은 일본 특유의 '콤팩트 카' 출현으로 되살아났다. 또 최소형 라디오와 텔레비전 기록은 소니의 걸작 발명품 워크맨으로 이어졌다. 종이와 골판지를 써서 가볍고 분해해 접을 수 있도록 만든 가구, 소량을 처리할 수 있는 앙증맞은 가전제품 등 오늘의 일본을 디자인을 통해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 디자인계에도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우정의 전시회다. 4월 10일까지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 본관. 02-737-7650.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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