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수주 중동이 70% 아프리카·중남미로 눈 돌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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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미 수년 전부터 국내 수출 주력상품인 조선·자동차·반도체의 수출액을 넘어섰고 미래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2000년대 초 5000명 선이던 해외건설인력이 올해는 2만3000명을 넘었고 아직도 1만 명에 가까운 고급인력이 부족하다. 이런 실정이므로 청년실업 문제로 애태우는 우리나라에 전문 엔지니어 및 관리직 등 고급 일자리 창출이 얼마든지 가능한 분야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앞에는 장밋빛 희망만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나칠 정도로 중동에 편중됐으며 이로 인해 1980년 중반부터 유가하락과 중동경기의 침체로 큰 시련을 겪기도 했다. 또 최근 우리의 해외건설수주 활성화의 반작용으로 많은 선진 경쟁업체들의 공세가 어느 때보다 드세다. 특히 일본은 정부가 앞장서 건설업체·공기업·금융기관을 유기적으로 연계한 ‘재팬 패키지’를 구축해 해외수주를 지원하고 있다. 넘치는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의 약진은 우리에게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지난주 열렸던 한·아프리카 경제협력회의에서 아프리카 국가의 장관들은 그들의 부족한 전력과 인프라 개발 필요성을 호소하면서 풍부한 경험과 높은 기술력을 갖춘 한국 건설업체들의 참여를 요청했다. 전략만 세우면 아프리카·중남미 등의 시장이 얼마든지 열릴 수 있다. 우리 건설업체가 발전소·도로 등을 건설해 주는 대가로 자원을 받는 패키지딜형 사업은 해외시장 다변화와 영역 확대에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음을 이번 협력회의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중국이 아프리카·중남미 등에서 인프라 건설을 많이 했으나 현지 인력 고용, 기술이전 등의 소홀로 신뢰를 얻지 못한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현지 업체 제휴와 함께 인력과 기자재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기술 이전에도 최대한 협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가 지난날 선진 건설사들의 하청업체로 출발해 지금의 경쟁력을 확보한 것처럼 현지에 우리의 경험과 기술을 적극 전수하고, 장기적으로 상생하는 동반자로서의 신뢰감을 심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의 해외건설 수주는 중동에 70% 이상 집중돼 있지만 눈길을 돌리고 치밀한 전략을 세우면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신성장 엔진이자 미래 전략산업인 해외건설업을 정부와 업체들이 함께 업그레이드해야 할 때다.

이재균 해외건설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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