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상 화백은 우리나라 지폐에 나오는 인물을 그린 분 중 유일한 생존 작가다. 이 화백의 손을 거쳐 아들 율곡과 어머니 신사임당이 함께 지갑 속에서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 화백은 그가 30대에 5000원권 이율곡에 이어, 60대에 5만원권 신사임당까지 지폐 인물의 영정을 두 차례나 맡을 만큼 우리 미술계의 독보적 존재로 역사에 남게 될 분이지만 언제나 겸손과 배려의 미덕을 잃지 않는 분이다.
[PORTRAIT ESSAY]이은주의 사진으로 만난 인연
그런 이 화백에게 딱 한 번 냉정하게 거절당한 적이 있다. 5만원권이 발행되자마자 지폐에 사인을 부탁했을 때다. 그는 돈을 그린 사람이 사인을 하면 고액 유통이 되거나 수장품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 짧은 생각이 부끄러웠던 기억이다.
이 화백은 인물 사진은 늘 나에게 맡겨 주신다. 내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독도에 다녀온 추억을 지니게 된 것도 이 화백 덕분이다. 최초의 독도 화가로 NGO활동을 평생 해오신 이 화백이 독도를 문화로 지켜야 한다며 독도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놓을 것을 권하셨기 때문이다. 이종상 화백과의 우정은 내 인생의 귀중한 선물이다.
1981년 제30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사진부문 대상 수상. 국내외에서 개인전을 20여 회 했다. 저서로 사진집 『108 문화예술인』 『이은주가 만난 부부 이야기』 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