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두 박자에 콧노래 네 박자에 어깨춤 '길거리 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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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익, 쿵짝 쿵짝 쿵짜작 쿵짝~."

지나가는 사람이 모인다. 술도 한잔 걸쳤다. 동네 잔치가 따로 없다. 짐꾼도, 장사꾼도, 아줌마도 모두 한데 어울린다.

지난주 일요일 서울 황학동 벼룩시장. 오후 2시가 지날 무렵 골목 모퉁이 한 군데에서 난데없이 흥겨운 가락이 터져 나왔다. 1970년대 록 음악부터 구성진 전통가요까지. DJ는 홍대 부근 '곱창전골'이란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정원용(35)씨. 무려 1만장에 이르는 LP를 수집해온 그는 희귀 음반을 구하기 위해 황학동을 자주 찾아 왔다. 그렇게 모아온 LP를 매주 일요일 황학동에서 틀기 시작한 건 1년 남짓. 떡과 막걸리도 공짜로 돌리며 사람들의 발길을 잡았다. "폼 잡고 얘기하자면 사회환원 같은 거죠. 황학동에서 얻은 것을 황학동 분들한테 돌려주자, 근데 솔직히 얘기하면 여기 아저씨들하고 재미있게 놀고 싶어서요."

두세 시간 거리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뽕짝 메들리' 시간. 전자 오르간 반주에 2박자 리듬이 딱딱 걸리기 시작하면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은 어깨를 들썩인다. 술도 한잔했겠다, 일어서서 막춤을 추는 이도 보인다. 옛날 시골 장터에서나 있음직한 장돌뱅이들의 흥겨운 노래 무대가 21세기 도심 한복판에서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질펀하게 놀 수 있는 건 이른바 '길거리 가요(길 가요)'덕분이다. 가사도 알지 못하고 때론 생전 처음 듣는 노래도 있지만 사람들은 아무도 낯설어 하지 않는다. TV에서 볼 수도 없고, 라디오에서 틀어주지도 않지만 서민들에겐 너무도 친숙한 음악, 그것이 바로 길거리 가요다.

혹자는 힘겹고 고단하게 사는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준다며 'B급 문화'니 '키치 문화'니 하며 길 가요를 한껏 치켜세운다. 다른 한편에선 창작의 고뇌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조잡한 음악 수준과 외설스러운 가사 때문에 '저질' '싸구려'로 치부한다. 좋건 싫건, 즐기든 무시하든 관계 없다. 분명한 점은 길 가요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볼 만큼 우리 생활 한 쪽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뿐인가. 어떤 이들은 모차르트나 서태지로부터도 얻지 못한 감흥에 온몸으로 짜릿함을 맛본다.

글=최민우 기자<minwoo@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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