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권력비리로 드러나는 '유전 사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오일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이례적으로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의 의원회관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 의원의 참모 5명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했다. 검찰은 왕영용 철도공사 본부장이 유전개발 사업 계획을 설명하기 위해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을 밝혀냈다. 유전 사업을 주도한 전대월씨로부터 8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이광재 의원의 선거참모도 긴급 체포했다.

의혹의 당사자인 이 의원은 여전히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자신은 전대월씨가 자신의 선거참모에게 돈을 준 사실을 몰랐었고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두 사람 간의 돈 거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관계자의 진술이나 직.간접적인 근거 자료 등을 통해 범죄의 의심이 생겼을 때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는 사실상 이제부터인 것 같다.

결과적으로 보면 의혹이 불거질 당시 감사원의 감사보다는 검찰의 수사가 바로 이루어졌어야 했다.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는 동안 사건의 결정적 열쇠를 쥔 허문석씨는 인도네시아로 출국했고 돌아올 기미가 없다. 특히 청와대 관련 부분은 알았느냐, 몰랐느냐로 논쟁을 벌이다가 국정상황실이 지난해 11월 유전개발 의혹을 알았지만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일단락된 바 있다.

그러다가 이제야 국정상황실보다 석 달 먼저 왕 본부장으로부터 청와대 관련 행정관이 보고를 받은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와 관련된 청와대 측의 이런저런 해명이 있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행정관이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고시간도 15분이었고 다른 사안 수십 건도 함께 보고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왕 본부장의 청와대 방문 시점은 철도공사와 러시아 간의 계약 체결 정확히 4일 전이다. 왕 본부장이 다른 사안들을 보고하기 위해 청와대를 직접 방문했다는 주장은 이해가 안 간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권력 개입의 냄새가 나는 이런 사건을 검찰이 어떻게 수사하느냐에 따라 검찰 존립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