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천성산 공사 '윈윈 묘수'없어 곤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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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부는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뾰족한 해법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지율 스님 측이 요구하는 발파작업 중지와 환경영향평가 실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해찬 총리는 2일 이와 관련, "정책적으로 해결책이 마땅치 않다"고 했다. 청와대 문재인 민정수석도 이날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게 한계가 있다"고 했다. 지율 스님 측 요구를 전면적으로 수용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뜻이다.

정부로서는 이번에 밀릴 경우 새만금사업,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건설 등 다른 민감한 사안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줄을 이을까 걱정하고 있다. 또 만의 하나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할 경우 지율 스님 측이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구심이 있다.

총리실 홍영표 시민사회비서관은 "이번에 공사를 중단하면 결국 공사를 재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애초 법원 판결에 승복하겠다고 하고서 그것을 지키지 않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정부로서는 강경 입장만 고수하다가 불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을 면키 어려운 지경이다.

환경단체나 종교단체에서도 "어떻게든 사람은 살리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압력을 거세게 넣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원칙도 지키고 지율 스님도 살리는 일은 정말 '미션 임파서블(불가능한 임무)'"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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