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탐사기획] 中. 누가 영향력 주도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질문 쪽지가 쏟아져 들어와 너무 놀랐습니다."

네티즌 우용암(47.자영업)씨는 요즘 어리둥절하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컴퓨터를 배운 그는 지난해 9월부터 인터넷 다음의 개인미디어에 인물.풍경사진 등을 올렸다. 취미삼아 소박한 글도 수시로 써놓았다. 평범한 40대의 글과 사진이 뜻밖에도 네티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의 온라인 친구가 돼준 사람 만도 8400명. 하루 평균 1000여 명이 그의 개인미디어 사이트를 클릭한다.

"현실 세계에선 친구가 수십 명밖에 안 되는데… 이 나이에 복 받았지요." 우씨의 개인미디어는 저명인사나 연예인 등을 제외한 일반인 중에서는 가장 많은 방문자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 우씨와 같은 것은 아니다. 개인미디어의 상당수는 썰렁하다. 볼 것과 즐길 것이 없어 찾는 이가 적기 때문이다. 보기에 따라 온라인 세상이 현실 세계보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온라인 명성'의 쏠림 현상은 본지가 다음 측과 함께 네티즌의 정보 이용 형태 및 온라인 활동성을 분석한 결과로도 입증됐다.

◆ 부익부 빈익빈=이름난 음식점에 손님이 넘쳐나듯 온라인 사회에서도 인기 개인미디어에 방문자가 몰려든다. 음식점이 유명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사이버 세상에서 '명성'을 얻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다음 개인미디어를 분석한 결과 인기있는 상위 1%가 전체 이용자(1200만 명)의 35%를 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위 5%의 개인미디어에 네티즌의 57%가 몰린 것으로 분석됐다. 네티즌은 개인미디어 운영자와 친구가 되고 공동 관심사를 나누며 온라인 사회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개인미디어의 절반은 전체 네티즌의 5.6%만 '손님'으로 맞을 정도로 시들했다.

경희사이버 대학 민경배 교수는 "온라인 사회에서는 활동력이 강한 극소수의 네티즌이 여론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며 "하지만 온라인 스타는 유동성이 강해 수시로 등장하고 사라지는 속성이 있다"고 말했다.

◆ 입시 탓 중.고생 보다 초등생 활동 많아= 본지와 다음 측은 2004년 12월 한 달간 다음의 3대 서비스인 개인미디어.카페.메신저를 가장 자주 이용한 1만 명을 선정했다. 온라인 사회를 이끄는 이들 '디지털 리더'의 실체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그 결과 1만 명 가운데 절반 가까운 46%가 학생이었다. 대학생이 20%로 가장 많았고, 초등생(15%)과 중.고생(11%) 순이었다. 대학생들은 주로 사회적 관심사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 밝히고 카페 등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한양대 공대 이성연(20)씨는 "온라인으로 친구들과 시험 정보를 교환하고 정치.경제.사회 분야 이슈에 대한 의견을 수시로 나눈다"고 말했다.

중.고생이 초등생보다 활동력이 떨어진 것은 다소 예상 밖의 결과다. 다음 측 관계자는 "과도한 입시 경쟁 때문에 중.고생이 초등생보다 인터넷에 덜 접속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학생에 이어 정보통신.서비스.교육 분야 종사자가 뒤를 이었다. 무직자(3.3%)도 리더 그룹의 일부분을 차지, 청년실업의 그늘을 보여줬다. 직업을 알 수 없는 디지털 리더도 14%나 된다. 온라인 사회의 익명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카페의 주역은 10대 여학생=개인미디어를 '19~24세 남자'가 주도하는 것과 달리(본지 5월 9일자 1면) 인터넷 카페의 활동 주역은 '13~18세 여자'였다. 이들은 평균 49개의 카페에 가입해 있었다. 모든 성별.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많은 규모다. 하지만 카페 운영자 중에는 20대 후반의 남자가 가장 많았다. 여성들은 패션.미용.교육.재테크 등 생활 정보를 다루는 카페를 선호했다. 실제로 이들 4개 분야의 카페가 방문자 수 기준으로 상위 10위 안에 모두 올라 있다. 30만~50만 명씩을 회원으로 보유한 이들 카페의 하루 방문자 수는 최대 240만 명에 이른다. 이번 조사를 담당한 사회연결망 분석 전문기업 '사이람'의 김기훈 대표는 "이들 카페가 감성적인 일상사를 공유하는 곳이어서 여성 활동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개인미디어=자신의 글.사진 등 콘텐트를 올리고 다른 사람과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인터넷 전용공간. 블로그.플래닛.미니홈피 등이있다.

◆ 탐사기획팀=양영유.정용환.민동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