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 게릴라성 ‘물 폭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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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기압골의 영향으로 중부지방에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린 10일 서울광장을 지나는 시민들이 폭우 속에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시스]

9일 밤부터 10일 사이 인천과 경기·강원 북부지역은 호우주의보와 경보가 내려졌다 해제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천둥·번개와 함께 억수 같은 비가 쏟아지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금방 비가 멎기도 했다.

이틀 동안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지역에는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고, 양주·포천에도 200㎜ 넘는 비가 내렸다. 서울과 강원 춘천·철원·화천 지역도 이틀 동안 150㎜ 안팎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반면 수원·양평·홍천 등은 20~40㎜에 그쳤다.

기상청은 10일 “서울과 경기·강원 북부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린 것은 한반도 남부지방까지 확장해 있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중국 북서쪽에 자리 잡고 있는 대륙고기압 사이에 기압골이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남부지방부터 서해상까지 길게 형성된 기압골을 따라 따뜻한 공기가 계속 들어온다는 것이다.

기상청 신기창 통보관은 “남쪽에서 한반도 중부지방으로 공급된 따뜻한 공기가 북쪽의 차가운 공기를 만나 강한 비구름대가 생겼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두 고기압 사이에 온난·한랭전선까지 만들어지면서 ‘가을 장마’처럼 계속 비를 뿌리는 상황이다. 고기압이 움직이는 경로를 따라 10~11일에는 중부지방, 11~12일에는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다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했다.

기상청은 또 10일 오전 중국 남부지방에 상륙한 제10호 태풍 ‘므란티’의 영향으로 일부 지방에서는 13일까지 집중호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태풍이 열대저압부(TD)로 약화된 뒤 중국 동해안 지방을 따라 북상하면서 비구름을 한반도로 밀어올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므란티’는 말레이시아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나무의 한 종류다.

집중호우로 침수 등 피해가 잇따랐다. 경기도 제2청(경기도 2청)에 따르면 10일 고양시 대화동 일대에서 30가구가 물에 잠기는 등 주택 44채, 상가 2채가 침수됐다. 또 10개 도로가 물에 잠겨 통제됐다.

이날 오후 3시30분쯤 춘천시 효자동 팔호광장 근처의 동부시장에서 배수 불량으로 한 시간가량 빗물이 역류했고, 오전 4시 춘천시 교동 유봉여고 인근 주택 2채의 지하실이 물에 잠겨 소방 당국이 배수작업을 벌였다.

오전 2시30분쯤 포천시 신북면의 한 전선 제작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7000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 피해를 내는 등 이날 경기도 북부에서 낙뢰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22건 발생했다.

비가 많이 내리자 북한강 수계 상류 댐들이 수위 조절에 나섰다. 춘천댐이 초당 1605t의 물을 방류하는 것을 비롯해 의암댐 2294t, 청평댐 2549t, 팔당댐 2104t의 물을 흘려보내고 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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