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상암동 월드컵공원서 자활나눔축제 여는 김상균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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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자활나눔축제’가 열린다. 전국 242개의 자활센터에서 모인 1500명이 서로 자활 경험을 공유하고 배우는 자리다. 축제를 주관하는 김상균(사진) 중앙자활센터 이사장(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우리나라에서 자활은 아직 낯선 개념이라 ‘재활’과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자활은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일자리를 제공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자활센터는 간병·집수리부터 가구, 공예품 생산까지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저소득층 여성들이 방과 후에 방치된 초등학교 아이들을 돌보는 ‘미래희망돌봄사업’은 이 센터의 핵심 프로그램이다. 교사로 선발된 여성들은 빈곤 아동의 집에 방문해 함께 숙제를 하고 전시회를 보러 가기도 한다. 갈 곳 없던 아이들과 일자리가 없던 여성들이 만난 셈이다. 센터에서 월 85만원의 봉급과 50만원의 교육비도 지급한다.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됐던 여성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 재진입을 꿈꾼다.

“교사로 참여하는 여성들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어떤 분야든 자격증을 하나 따야 합니다. 돌봄 사업 이후에도 일을 계속해야 하니까요.”

김 이사장은 돌봄 사업이 단절됐던 여성의 취업 경력을 다시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사업의 취지에 공감한 KT&G의 후원으로 지난 2년간 700여 명의 아이가 사업의 혜택을 받았다. 저소득 계층 아이들에게는 돌봐줄 사람이, 여성들에게는 일자리와 자립 능력이 생겼다.

김 이사장은 자활 사업에도 글로벌 경쟁 시대가 왔다고 본다. 실제로 작년에는 호주의 한 자활 업체가 한국지부를 설립하기도 했다. 복지 정책도 이제 효율적인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효율적 복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기술이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자활 사업에도 기술력이 있습니다. 삶을 완전히 포기했던 사람이 좋은 상담사를 만나 변한다면 그 상담사의 능력이 훌륭한 기술이죠.” 김 이사장은 중앙자활센터는 자활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 양성에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한정된 예산과 기간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활에 성공하느냐가 자활 사업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국경을 넘는 자활사업도 상상한다. “우리 바로 곁엔 중국이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한 단계만 확대되더라도 대상자가 억 단위로 바뀌는 놀라운 곳입니다.” 한국이 비교적 먼저 축적해온 복지의 경험을 아시아에 나누자는 것이다.

“자활은 지속 가능한 복지예요. 한국이 아시아의 복지 허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박정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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