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7] 그 언니에 그 동생 여민지 뜨니 게임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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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와아!” 9일 경남 함안군 대산면의 대산고등학교. 오전 8시40분쯤 모든 교실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17세 이하(U-17) 여자축구대표팀 공격수인 여민지(17·사진)가 이 학교 3학년이다. 여민지가 골을 터뜨리자 학생들은 “득점왕, 득점왕”을 외치며 환호했다.

한국이 9일 오전(한국시간) 트리니다드토바고 스카버러의 드와이트 요크 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 B조 예선 2차전에서 멕시코를 4-1로 꺾었다. 2연승.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인 독일전(13일 오전 4시)이 남아 있지만 한국은 조 2위 자리를 확보하면서 8강에 안착했다. 8강전에서는 나이지리아 또는 북한과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제2의 지소연’ 여민지=한국팀의 중심에는 여민지가 있다. 조별예선 첫 경기인 남아공전에서 2골을 터뜨린 여민지는 멕시코전에서는 1골·1도움을 기록했다. 대회 직전까지 발목 부상에 시달렸지만 3골로 득점 4위에 올라 있다.

어릴 때부터 ‘축구천재’ 소릴 들은 여민지다. 14살에 불과하던 2007년, 19세 이하(U-19) 여자대표팀에 발탁됐다. 파격적이었다. 당시 그를 뽑았던 이영기 감독은 “오히려 언니들이 여민지의 스피드와 드리블, 패스를 배워야 할 정도였다”고 기억했다. 꾸준히 성장한 그는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여자축구선수권대회에서 10골을 터뜨려 득점왕에 올랐다.

여민지의 별명은 ‘제2의 지소연’ ‘리틀 지소연’이다. 지소연과는 자매처럼 친하다. 여민지는 “각급 대표팀에서 소연 언니와 친하게 지냈다. 내가 제일 막내고, 소연 언니도 어린 축에 들기 때문에 같이 방을 쓰곤 했다. 대표팀 숙소에서는 무척 심심하기 때문에 함께 귤 껍질을 쓰레기통에 던지면서 놀기도 했다. 소연 언니가 U-20 여자월드컵 이후 스타가 됐다. 이번 대회가 끝나면 나도 그렇게 될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금민-여민지 ‘듀오’=이날 멕시코전에서는 오른쪽 측면을 맡은 이금민(16·현대정과고)과 여민지의 콤비플레이가 돋보였다. 전반 27분, 오른쪽 사이드라인을 따라 파고들던 이금민이 앞쪽의 여민지에게 공을 밀어줬다. 여민지는 잡은 공을 곧장 반대편 쪽으로 올렸고 문전으로 쇄도하던 김나리(17·현대정과고)가 헤딩 선제골로 만들었다. 전반 37분 상대에게 동점골을 허용하자 다시 한번 이금민-여민지 듀오가 나섰다. 3분 뒤 이금민이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한 공을 여민지가 중앙으로 뛰어들며 오른발로 받아 넣었다. 결승골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여민지는 “부상에서 회복한 뒤 첫 풀타임이라 그런지 많이 힘들었다. 오늘은 1골밖에 못 넣었는데 다음에는 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다음 상대인 독일은 1차전에서 멕시코를 9-1로, 2차전에서 남아공을 10-1로 각각 물리친 우승 후보다. 여민지는 “독일에 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U-20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독일에 졌던) 언니들을 위해서라도 독일에 꼭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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