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가격 변수 어떻게 움직일까?] 4. 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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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제 유가와 주요 원자재 가격이 연초부터 들썩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와 비슷한 고유가 상황이 올해에도 계속되고 원자재 가격도 상반기까지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대(對)테러 전쟁, 이라크 정세 불안, 이란 핵 논란, 중국의 석유 소비와 전략비축유 확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량 조정 등 시장을 출렁이게 할 변수들이 여전히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유가와 원자재 가격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연초부터 두바이유 강세=국제 유가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 유종(油種)인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올 들어 배럴당 47~48달러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연초 배럴당 42달러선에서 출발한 WTI는 최근 미국 동부 지역에 몰아닥친 폭설과 한파의 영향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최고치(10월 26일 배럴당 56.42달러)와 비교하면 낮지만 지난해 1월 평균 가격(34달러)보다 여전히 배럴당 13달러 이상 높은 가격대다.

국내 도입 유가의 기준인 중동산 두바이유도 계속 강세다. 지난달 26일에는 배럴당 40.79달러까지 뛰었다. 최근에는 일시적으로 주춤하고 있다.

◆ 고유가 현상, 올해도 계속=세계 석유시장을 관측하는 전문가와 조사 기관들의 올해 유가 전망은 밝지 않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WTI 가격이 지난해 평균(41.44달러)보다 높은 43.04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미 에너지안보분석사(ESAI)의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이 기관은 두바이유 평균가를 37.99달러, WTI는 45.08달러로 예상했다.

국내 전문가들의 전망도 대부분 '두바이유 강세 지속'이다. 구자권 한국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은 "두바이유가 지난해 평균치(33.74달러)보다 소폭 올라 배럴당 34달러선에서 거래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석원 SK㈜ 리스크매니지먼트팀장은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34~35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올해 경영 계획과 전략을 짰다"며 "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올해 유가가 하락할 요인은 없다"고 말했다. OPEC가 현재 배럴당 22~28달러인 목표 유가(유가밴드)를 상향 조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유가 강세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게 하는 요인이다.

◆ 원자재 가격도 '들썩'=철광석과 유연탄 등 원료 가격이 뛰면서 철강재 가격이 연초부터 불안하다. 세계 최대 철광석 생산 업체인 호주의 BHP빌리턴은 수입국인 일본에 "지난해 초보다 가격을 90%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국내 업계도 30~50%의 가격 상승을 예상한다. 포스코는 최근 호주 업체와 2분기에 수입할 유연탄을 t당 174만원에 계약했다. 지난해(85만원)보다 120%나 오른 가격이다.

일본에서 열연 강판을 주로 수입해 냉연 강판을 가공하는 현대하이스코.동부제강 등은 열연 강판 수입 가격이 지난해보다 최고 50% 가량 뛸 것으로 보고 있다. 김수봉 한국비철금속협회 부장은 "주요 원자재의 가격 상승세가 상반기 동안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 국내 경제에 부담 가중=전문가들은 정부가 올해 경제 운용 계획을 짜면서 국제 유가 전망치(두바이유 기준)를 배럴당 35달러 안팎으로 예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평균보다 2달러는 뛸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올 들어 두바이유의 상승폭이 WTI보다 크다는 점이다. 두바이유는 국내 도입 원유의 80%를 차지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가격 역할을 한다. 두바이유의 가격 상승으로 원유 수입부담이 커지면 기업들의 생산원가가 높아져 제품가격 인상,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연구원 이문배 동향분석팀장은 "미 달러의 약세가 계속되면 국제 유가가 소폭 올라도 우리 경제에 주는 부담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 도움말 주신 분=이문배 에너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 구자권 한국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 서석원 SK㈜ 리스크매니지먼트팀장, 이환묵 LG선물 차장, 한진현 산업자원부 석유산업과장, 이종건 산업자원부 기초소재산업과장, 김수봉 한국비철금속협회 부장

***[바로잡습니다]
2월 2일자 7면 '4대 가격 변수' 기사에서 포스코가 호주 업체와 계약한 유연탄의 t당 가격은 지난해 '85만원'에서 올해 '174만원'으로 오른 게 아니라 '85달러'에서'125달러'로 올랐으므로 바로잡습니다. 따라서 인상률도 '120%'가 아니라 '47%'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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