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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지상파방송 실시간 방영 못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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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상파 방송을 실시간으로 재송신해온 케이블방송의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1부는 KBS·MBC·SBS가 “지상파 방송의 무단 재송신을 금지하라”며 CJ헬로비전·씨앤앰 등 5개 주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SO가 지상파 재송신을 통해 이익을 얻는 점에 비춰 난시청 해소 같은 시청 보조 역할을 넘어선 독자적인 방송 행위로 보인다”며 “이는 지상파의 동시중계 방송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이날 판결에 따라 SO들은 지난해 12월 18일(소송 접수 다음 날) 이후 디지털케이블 가입자에 대한 동시 재전송을 중단해야 한다.

법원은 그러나 재송신 금지 시점과 배상액은 양측의 합의에 맡겼다. ‘재송신이 저작권을 침해한다’ ‘재전송을 계속하면 하루 1억원을 지급하라’ 등의 원고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케이블방송은 도입 초기부터 수신료 지급이나 법적 양해 없이 지상파 채널을 실시간 재전송해왔다. 현행 방송법은 유료방송에 KBS1·EBS를 재송신하는 의무를 부여하나 KBS2·MBC·SBS에 대한 규정은 없다.

케이블 업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최정우 씨앤앰 전무는 “시청자를 위해 행하는 지상파 재전송을 동시중계권 침해로 판결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재전송이 지상파의 고질적인 난시청 문제를 해결했던 만큼 공익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전무는 “지난해 말 이후 신규 가입자와 기존 가입자의 분리 송출이 불가능해 판결에 따르자면 모든 디지털 가입자의 송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유선방송 가입자는 약 1500만 가구, 이 중 디지털 방식은 300만 가구다.

한국케이블방송협회는 “지상파 송출 중단은 사회적 혼란과 시청자 피해를 감안해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협회 김용배 홍보팀장은 “지상파 방송사에 수신료를 지급하면 기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받는 콘텐트료가 줄어들 뿐 아니라 수신료 인상으로 시청자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지상파 3사는 올 초 주요 SO에 재송신 대가로 매달 가구당 960원을 내라고 요구했다.

서울대 윤석민(언론정보학) 교수는 “복잡한 이해가 걸린 사안인 만큼 소송 양측의 협상이나 법원 판결에만 의존하지 말고 사회적 논의와 정부 당국의 정책 결정을 통해 시청자 복지와 미디어 산업 전반을 증진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희령·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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