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산청 국새문화원은 어디로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전 국새제작단장 민홍규씨가 산청군과 공동으로 국새 전각전·등황전 건립을 추진하면서 산청군에 제출한 조감도. 이 조감도에는 전각전·등황전 외에 영빈관·생활관·교육관등 10여채 건물을 추가 건립하는 것으로 돼 있다. [산청군 제공]

“국새 만든다고 경찰이 경비까지 하고 마음으로 기도까지 했는데…. 참 안타깝다.”

이재근(57) 경남 산청군수는 3일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정부가 하는 사업이라 믿고 유치했는데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망연자실해 했다.

전 국새제작단장 민홍규(56)씨와 공동으로 (가칭)국새문화원을 건립해 온 산청군이 충격에 빠졌다. 경찰 조사결과 민씨가 국새문화원에서 국새를 만들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때문이다.

국새제작을 기념하고 국새문화원을 관광 상품화하려던 산청군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추가예산 확보 애로로 공사중단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산청군은 생초면 평촌리 출신인 민씨가 행정안전부로부터 제 4대 국새제작단장에 선임되자 민씨와 협의해 금서면 특리에 국새를 만들 전각전(1층 119㎡·군비 5억, 민씨 부담 2억원)을 2007년 말 건립했다.

이어 2008년 9월 국새와 제작도구 등을 전시할 등황전(1·2층 464㎡) 건립에 들어갔다. 등황전은 군·도비 40억원이 투입됐으나 예산 부족으로 지난 2월 말 공정 70~80% 상태에서 중단됐다. 민씨의 사비로 건립하던 수장고도 같은 시기 공사(공정 80~90%)가 중단됐다.

이 국새문화원은 민씨 주도로 건립되고 있다. 산청군이 민씨가 건축업체와 계약해 공사토록 한 뒤 공정에 따라 사업비를 지급하고 관리 감독하는 ‘민간 자본보조사업’으로 건립해온 것이다. 대신 산청군은 민씨 돈이 들어간 수장고·전각전을 기부채납 받아 소유권을 확보하고 사후 운영·관리를 민씨에게 맡길 작정이었다. 전체 부지는 군 소유다.

김인규 산청부군수는 “2009년 1월 23일 민씨와 작성한 약정서가 있지만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등황전 건립과 관련, 전문기관의 원가조사를 거쳐 공정에 따라 40억원을 집행해 다른 문제는 없다”고 덧붙였다.

등황전·수장고를 짓는 O건설 대표 민모씨는 “민씨에게서 수장고 건축비(추정 4억~5억원)를 한푼도 받지 못했다”며 “정산 과정을 거쳐 압류 등 재산권을 행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씨가 건축비를 내지 않는 이상 공사 재개가 어려운 상황이다.

등황전이 산청군 계획대로 2011년 말 완공되려면 20억원의 예산이 더 필요하지만 사기극이 들통나면서 군비와 국·도비 추가 확보는 어렵게 됐다. 행안부는 최근 산청군에 특별교부세 7억원의 집행보류를 지시했다.

민씨는 또 장기적으로 국새문화원에 영빈관, 교육관, 생활관, 국새 선양관 등 10여 채의 건물을 추가 건립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민씨가 산청군에 제시한 국새문화원 조감도에도 잘 나타나있다.

이 군수는 “수사결과가 나오면 용도전환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