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남아돌자 논에 고추·옥수수·약초 심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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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충남 공주시 반포면 원봉리에서 12년째 벼농사만 해온 신승철(52)씨. 신씨는 올해 처음으로 자신의 논(전체 6만6000㎡)가운데 2000㎡에 고추를 심었다. 쌀 값이 해마다 떨어져 힘들게 농사를 지어도 결과가 신통치 않을 게 뻔한 데다 정부가 올해부터 논에 벼 이외에 다른 작물을 심을 경우 보조금(9900㎡당 30만원)을 주는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쌀 과잉 생산을 막기 위해 ‘논에 벼 이외의 다른 작물 재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씨는 “고추 재배 기술이 없어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충남 당진농협 소속 직원들이 콤바인을 동원, 석문간척지 396만㎡에 심은 옥수수를 수확하고있다. 이 간척지에는 지난해까지 벼를 재배했었다. [프리랜서 김성태]

고추수확기를 맞은 요즘 신씨는 “‘고추심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고추가 쌀보다 소득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신씨에 따르면 660㎡기준, 고추농사의 경우 순수익이 150만원∼200만원으로 쌀(40만원)보다 3배 이상 높다는 것이다.

충남 당진군 송산면 가곡리 석문간척지(1547만3700㎡)가운데 396만㎡에서는 요즘 사료용 옥수수 수확이 한창이다. 옥수수는 수확은 이달 초순 마무리된다. 당진 농협과 축협 측이 정부 소유의 간척지를 5년간 무상으로 임차해 옥수수를 재배한 것이다. 이 간척지에는 지난해까지 벼를 재배했었다.

이곳에서는 올해 3만t(60억원어치)의 옥수수 생산이 예상된다. 당진 축협 김연옥 과장은 “여름에 옥수수를 심고 겨울에 청보리를 심는 등 2모작을 할 경우 벼를 재배하는 것보다 9900㎡당 연간 37만원의 조수익(1050만원)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올해 간척지 등 정부 소유의 농경지에 옥수수나 수단그라스(야생 수수) 등 사료 작물을 심은 면적은 모두 990만㎡다. 지역은 전남 해남(198만㎡))과 고흥(99만㎡), 경기도 시화(99만㎡), 수원 화홍지구(198만㎡) 등이다. 농림수산식품부 우만수 사무관은 “쌀 생산을 억제하고 사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등 1석 2조의 효과를 거두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논에 벼만 심던 전통적인 영농 패턴이 바뀌고 있다. 쌀 값 하락으로 고민하던 벼 재배 농민들이 다른 작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대체작물도 옥수수 등 사료 작물이나 채소, 콩, 약초 등 다양하다. 쌀 재고량이 넘쳐 고민하는 정부도 쌀 생산 농가에게 다른 작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쌀 재고량만 114t에 이른다. 충남도 서용제 농림수산국장은 “벼 농사로 고민하는 농민들을 위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다른 작물 재배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농림부에 따르면 올해 벼 이외에 다른 작물이 재배된 논 면적은 9616만8600㎡(2만9000여 농가)에 달한다. ▶경북(2364만1200㎡)▶전남(2075만㎡)▶전북(2007만㎡)등의 순이다. 재배 면적은 ▶콩이 32.9%로 가장 많고 ▶채소류(14.7%)▶사료용 옥수수(10.8%)▶고추(10%)▶사료용 벼(5.3%)▶감자(4.2%)▶잔디(4.2%) 등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벼 재배면적은 925만㎡로 2008년(936만㎡)에 비해 1.17%가 줄었다. 반면 쌀 생산량은 2008년 484만3000t에서 491만6000t으로 1.5%증가했다.

논에 다른 작물을 심은 농가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올해 논 2578㎡에 콩을 심은 양갑주(65·충남 금산군 추부면 장대리)씨는 “660㎡기준 쌀보다 20여 만원은 더 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다른 작물 재배 면적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남 예산군 삽교농협 김종래 조합장은 “벼 이외의 고소득 작물이 될 만한 것을 찾아 조합원들에게 재배를 권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 농산경영과 강승규 주무관은 “논 3만ha에 다른 작물을 심을 경우 쌀 보관 등에 따른 비용 부담을 2890억 원 정도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내년에는 타 작물 재배면적을 올해보다 3배 정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김방현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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