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700자읽기] 황금광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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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황금광시대
전봉관 지음, 살림, 329쪽, 1만2000원

▶ 금캐기 열풍을 풍자한 당시 만평.

소설가 채만식, 언론인 설의식, 사업가 방응모…. 1930년대 활약한 이들의 공통점으로 황금을 꼽을 수 있다. 식민지 시대 한반도에는 황금 열풍이 불었다. 금광 노동자에서 일약 당시 돈 300만원(현재 약 3000억원)을 움켜쥔 '황금귀 최창학'의 신화가 온천지를 뒤흔들면서다. 문인, 학자, 언론인까지 곡괭이를 들고 노다지를 찾아나섰다. 알래스카의 '골드러시' 도 비길 바가 못됐다. 오죽하면 그냥 황금시대도 아니고 '황금광(狂)시대'일까.

저자는 잊혀진 골드러시를 당시 경제사와 엮어 5년에 걸쳐 복원했다. 70년전 골드러시는 1999년 벤처 열풍이나, 2000년초 보물섬 파문 등 현재의 '묻지마 투자'와 일란성 쌍둥이처럼 닮아있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1939년 한반도에서 생산된 금은 31톤, 당시 세계 5위다. 역사상 가장 많다. 경제가 나빠 포기했던 금본위제를 1930년 일본이 다시 도입하면서 금을 무제한 사들인 것이 골드러시의 시작이었다. 대공황과 맞물려 금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금을 캘 수 있는 허가증인 '금광 출원증'은 도깨비 방망이요, 최고의 투기 대상이 됐다. 채굴가치의 몇 배가 넘는 가격에 사고 팔렸다. 저자는 원조 '묻지마 투자'를 이렇게 당시 국내외 정치, 경제, 사회상과 함께 녹여냈다.

국문학자가 풀어 쓴 경제사여서인지 쉽게 읽히고, 풍부한 자료와 친절한 해설도 눈을 끈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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