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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깊이읽기] 임페리움, 제국-권력의 오만과 몰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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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임페리움, 제국-권력의 오만과 몰락
한스 크리스티안 후프 외 지음, 박종대 옮김
말글빛냄, 456쪽, 2만8000원

1984년 독일의 고대사학자 알렉산더 데만트는 로마 제국의 멸망에 관한 500여 개의 이론을 나열하고 이를 다시 '지도력 약화' '언로의 차단' 등 210개의 상위 개념으로 묶었다. 세계 제국의 멸망을 분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어려운 과제에 다부지게 달려든다. 그것도 이집트, 페르시아, 카르타고, 로마 이 4대 제국의 멸망을 다뤘다. 페르시아 부분을 보자.

동서양을 대표해 그리스와 패권 다툼을 벌인 것으로 평가되기도 하는 페르시아는 기원전 600년경 오늘날 이란 남동부의 한 부족이 일으킨 나라. 전성기인 다리우스 3세 때의 그 알현실은 길이가 100미터에 이르고, 20미터 높이의 거대한 돌기둥들로 떠받쳐진 어마어마한 규모였다고 한다. 그런데 200년 넘게 이어진 이 대제국은 지도자의 단 한 번 실수로 지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벌인 이수스 전투에서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3세는 월등한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전투 도중 도주(사진)한다. 왕의 안위를 걱정한 참모의 건의에 따른 것인지 본인의 충동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중근동을 호령하던 페르시아는 그 후 변변한 반격도 못한 채 멸망했다. 거기다 '좋은 그리스'에 대비되는 '나쁜' 페르시아란 오명을 쓰게 됐다. 언제나 어디서나 지도자가 문제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면 너무 심할까.

국가지도자들의 책임이 막중함을 보여주는 이 책은 독일의 방송작가와 감독들의 합작품이다. 덕분에 희귀한 사진, 도판 등 볼거리가 풍부해 읽는 맛을 한층 더한다.

김성희 기자 jaejae@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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