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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동의 중국世說] 중국에 대한 과대 평가와 강대국들의 처신

중앙일보

입력

“오늘 세계인의 눈에 비치는 중국은 경제 르네상스의 역동적인 모습과 미국에 겨룰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초대강국 그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뇌관과 같은 국가로 존재한다.” 이는 SCMP지의 베이징 지국장 Jasper Becker가 2000년에 “THE CHINESE”라는 저서와 함께 던진 말이다.

지난 5.18 Financial Times 지는 하버드 대학 교수 Joseph Nye의 “ 아직 중국의 세기가 되지는 않았다”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해 국제정치학계에 비상한 화두를 제공했다.

이 논문의 요지는 아래와 같이 서술되고 있다. 중국은 20세기 초 독일이 GDP와 군사력 면에서 영국을 앞선 것과는 다르게 아직 미국에 한참 뒤쳐지고 있다. 만약 중국의 GDP가 미국을 능가한다 해도 1인당 GDP의 격차, 농촌의 낙후, 민주화 지연에 대한 불만, 금융시장의 미 정비 등의 문제가 있어 실제로 미국과 대등하지 못할 것이다. 중국이 경제력 신장에 따라 정치, 문화, 군사면에서도 힘을 행사하고 싶어할 것이나, 아시아는 독자적인 세력균형이 있고, 미국의 존재도 많은 국가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게다가 중국이 강하게 나오면 아시아 제국은 연합하여 그에 대항할 것이다. 미-중 간 협력은 필요하지만 미국이 자신을 잃거나 중국이 자신의 힘을 과신한다면 이 모두 곤란한 일이다. 따라서 미국이 자신을 잃거나, 중국이 자신을 과대 평가하여 과도한 자기도취와 내셔널리즘에 빠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한편, 최근 일본의 한 연구소는 중국경제에 대해, “매년 8% 이상의 중국 경제성장률은 승진이 걸려있는 관료들이 모든 수단을 동원한 결과이어서 신빙성에 의문이 있다.”고 문제 삼았다. 이는 통계상 부풀어진 수치를 조준한 의혹 제기인 것이다. 또 이 연구소는 “무 규율로 증가하는 은행융자의 상당한 부분은 불량채권화 되어 중국경제를 위협하고 있으며, 아직도 소련형 사회주의 경제 틀을 가진 채 당, 정 주도로만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국유기업 부실성과 함께 통치이념으로서의 사회주의와 경제제도로서의 자본주의 채택이라는 모순을 염두에 둔 지적이다. 이러한 주장들에 대해 미국의 보수적 학자들은 물론, 일본의 많은 학자들도 찬동하면서 흥미를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위에서 NYE 교수는 중국 경제력의 대미 추월을 전제로 하면서도 개인소득 수준, 민주화 정도 등 단 기간에 미국에 접근하기 힘든 요소들을 들어 총체적인 면에서 중국의 미국 능가를 부정하고 있다. 또한 그는 미국의 대중국 자신감 상실을 우려하면서 중국의 자기도취적 과신을 위험한 요소로 보고, 경계를 호소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걸프전과 이락크 전쟁 등에서 보여준 미국의 살벌한 위용은 간 곳 없고, “병든 호랑이”라고 치부했던 중국 앞에 자신감 상실의 우려를 현실로 맞게 된 미국이 처연해 보이기도 한다. 여기서 바로‘폴 케네디’의 “무리한 군사력 증강과 사용이 국력의 쇠퇴를 가져온다”는 주장이 새삼 빛을 발한다.

일찍이 세계화를 고발해 유명해진 예일대 교수 Amy Chua는 “제국의 미래”에서 미국에 일갈을 가했다. 그는 “미국은 이라크 침공, 교토 의정서 무시, 폐쇄적 이민정책 등으로 관용이 사라져 제국으로서의 명성을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미국이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는 길은 그 지위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중단하는 길 밖에 없다”고 단호히 경고했다. 미국은 이제 오만한 패권주의나 전쟁을 통한 세계질서 유지의 행태를 버리고, 무절제한 방임이 가져온 경제위기를 잘 추슬러 진정한 인류 평화와 공동 선을 위해 고삐를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중국도 이쯤에서 자신들이 정말로 경제, 군사는 물론, 정치, 문화, 과학, 제도, 성장 잠재력, 국가 위험요소 등 총합적인 면에서 미국을 능가할 수 있는 지 겸허히 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섣부른 외형적 GDP 성장 하나만을 근거로 오만한 태도를 보인다면 국제사회의 냉엄한 경계의 눈초리만 부를 뿐, 초강대국의 꿈은 꿈으로만 남긴 채 좌초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천안함 사태와 같이 자신들과는 무관한 일로 한-미 양국과 대립각을 세우며 동북아 안정구도에 먹구름을 불러오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난번 한-미 군사 합동훈련은 단지 대북 시위일 뿐 중국 본토를 목표로 한 위협이 결코 아니었다. 그럼에도 중국측이 군부를 중심으로 한-미 양국에 과민반응을 보여, 결국 이 전선이 남사군도 문제까지 확대되기에 이른 것이다. 이를테면 중국은 급성장한 경제력을 내세워 군사와 안보분야까지 지나친 대외 간섭과 대응을 보임으로써, 아시아 역내에서 사면초가를 자초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 이르자 세계정세를 읽을 줄 아는 중국의 원로 외교관들이나 학자들의 주장으로 최근 대미 군사대화와 6자 회담 재개 주선 등이 추진되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야망이 끝나는 바로 그곳에서 인류 평화는 시작된다.”라는 말이 있다. 이제 미국도 중국도 경제력과 군사력을 앞세운 패권다툼이나 제국의 야망을 접고, 무고한 이웃 국가들에게까지 전란의 화를 입히지 않도록 국제문제에 신중히 처신해 주기 바란다.

한형동 산둥성 칭다오대학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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