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이야기 마을] 침대와 방바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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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좀처럼 가만히 누워 자지 못하고 이리저리 굴러다닌다. 아침에 깨어날 때 책상 아래서 일어나다 머리를 부딪친 적도 있다. 방안 한 귀퉁이에 처박혀 잔 적도 많다. 하지만 그래도 방안 어딘가 아닌가. 그래서 난 내 잠버릇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지 않았다. 그런데 결혼 후 신방을 꾸미면서 마련한 침대 때문에 기어이 사단이 나고 말았다. 신혼 초 시댁 식구들과 함께 살았기 때문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했다. 그래서 벽 쪽은 신랑에게 내주고 침대 바깥 쪽 자리를 내가 차지했다.

자다보면 어느덧 방바닥의 찬 기운이 뺨과 팔 안쪽 배를 통해 전해온다.

아, 침대에서 떨어졌다. 며칠을 그랬나 보다. 결국 신랑이 눈치채고 말았다 정말 부끄러웠다.

"우리 자리 바꿀까?"

"아니, 됐어요."

신랑은 가슴에 손을 얹고 잠이 들면 깰 때도 그 모습 그대로다. 심지어 자다 깨어 봐도 그 모습 그대로다. 뒤척이지도 않나보다.

오늘은 정말 조심해야지. 잠들기 전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배가 차가웠다. 또 떨어진 것이다. 후닥닥 일어나 아닌 척하며 이불에 쏙 들어가 잠든 척했다. 다행히 신랑은 모르는 눈치다. 부부지만 정말 창피했다. 침대에서 떨어진 건 정말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이었다. 그렇게 마음을 다부지게 먹고 잔 때문인지 며칠은 떨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 방심한 게 화근이었다. 그날도 여느 날처럼 이리저리 뒹굴다 정신이 확 들었는데 침대모서리다. 힘겹게 이불 자락을 잡았다. 여기서 떨어지면 안 된다. 떨어지면 죽는다. 그러나 이불은 사정없이 미끄러지고… 그 순간 신랑이 나의 잠옷 엉덩이를 꽉 잡았다. 살았다. 안도의 한숨이 너무 빨랐던가. 그만 '뽀옹' 하고 방귀가 나오는 게 아닌가.

잠결에 파자마를 잡은 까닭에 힘도 없었지만 방귀 소리에 그만 신랑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손을 놓아버렸다. 또 떨어졌다. 그 사건 이후 시댁 가족 모두가 내 잠버릇을 알게 되었고 침대를 치우고 온돌을 사용하고 있다. 내 잠버릇도 이제 신랑처럼 아주 얌전하게 바뀌었음은 물론이다. 믿거나 말거나!

김종희(30.주부.경북 포항시 대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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