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저온에 햇볕 덜 받은 과일 수확전 물 안주니 단맛이 쏠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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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올해 과일은 단맛이 크게 떨어졌다. 봄철 이상저온 여파다. 올봄 평균기온은 7.1도로 예년에 비해 0.6도 정도 낮았다. 3~4월 일조량도 평년치의 73%에 그쳐 최근 40년 새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확량도 줄어 가격이 예년에 비해 20~100% 올랐다.

추석 대목을 앞둔 유통업계에선 당도가 높은 과일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엔 ‘스트레스 기법’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는 과일을 재배할 때 일정 시기까지 물을 충분히 주다가 수확 한 달 전부터 물을 최소한으로 주고, 5일 전부터는 전혀 주지 않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과일이 함유하고 있는 수분이 줄어 상대적으로 당도가 올라간다. 또 과일의 크기가 계속 커지는 것을 막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적절한 크기를 유지시키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이마트는 올봄 기후 상황이 나빠지면서부터 계약 농가에 스트레스 기법을 사용하도록 권장했다. 최근 이렇게 재배한 과일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머스크멜론·사과·수박·참외 등이 스트레스를 받은 대신 달콤해졌다. 일반 사과의 당도가 12~13브릭스(Brix·1브릭스는 100g에 당이 1g 들어있는 것을 의미)인 데 비해 이 기법으로 재배된 사과는 15브릭스까지 올라갔다. 스트레스를 받은 머스크멜론은 당도 12브릭스 이상으로 일반 멜론보다 1~2브릭스 더 높다.

용과의 경우 나무가 성장하는 3~4월에 전혀 물을 주지 않았더니 약한 가지는 말라 죽어버리고 대신 튼튼한 가지가 돋아났다. 수확량이 두세 배 많아졌고 당도도 일반 용과에 비해 높다. 제주도에서는 최근 이 기법을 이용하는 용과 농가가 10여 곳으로 늘어났다. 이마트 최상록 청과팀장은 “과일나무가 물이 부족한 극한 상황에 처하면 스스로 과일 크기를 더 이상 키우지 않는다. 동시에 땅속에서 영양분을 더 많이 끌어올리기 때문에 맛이 좋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추석 선물세트를 기준으로 일반 사과 선물세트는 보통 10만원 이하인 데 비해 당도 15브릭스짜리 명품사과 선물세트는 15만~16만원 선이다.

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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