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16년째 '야학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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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 16년간 야학교사로 일해온 임정임(中)씨가 수업을 마친 뒤 청소년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사무소에서 총무팀장으로 일하는 임정임(41.여.행정6급)씨는 퇴근 후면 교사로 변신한다.

일주일에 두어 차례, 대여섯 시간을 할애해 야학에서 청소년과 주부 50여명을 상대로 중.고교 과정 수학을 무료로 가르쳐온 것이 벌써 16년째다. 대학에서 수학교육학을 전공한 실력을 살려, 학교 다닐 시기를 놓친 이웃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을 상대로 컴퓨터.인터넷 교육도 하고 고충 상담에 일자리 알선까지 해주고 있다.

그는 "가출과 폭력 등 비행을 일삼던 소외된 청소년과 배움에 목말라하는 주부들이 야학 과정을 마친 뒤 각자의 관심 분야에서 제 몫을 해내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임씨가 야학 교사 일을 시작한 것은 1989년 10월. 민원 담당 공무원으로 일하며 주민들과 자주 접촉하던 중 지역에 문맹자나 뒤늦게 검정고시를 치고 싶어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데도 야학이 없어 배울 기회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계기다. 이에 대학생 시절 고향인 의정부에서 2년 동안 야학 교사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지역 주민 두 명과 의기 투합, 호주머니를 털어 작은 방한칸을 얻고 야학을 열었다. 당시 공무원 생활 3년 만에 결혼, 첫 아이를 낳고 육아 재미에 흠뻑 빠져 있을 때였지만 기꺼이 밤 시간을 내놨다.

세 명으로 출발한 자원봉사 야학교사 수는 16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25명으로 늘었다. 빠듯하지만 정부지원금도 받게 됐고 수업도 호평동 소재 호평제일교회에서 제공해 준 25평 규모의 제법 널찍한 방에서 하고 있다. 그동안 1년 과정의 야학을 거쳐간 주부.청소년 등 제자들의 수가 500여명에 이른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지난해 연말 손학규 경기도지사로부터 경기 공무원 봉사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임씨는 "집안 일을 할 시간을 많이 뺏기는데도 야학 활동을 이해하고 격려해 주는 칠순의 시부모님과 중학생인 두 아이, 남편(김진장.45.보험대리점업) 등 가족의 배려가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남양주=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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