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아프면 안과 가듯 ADHD도 치료 받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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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민규(8·가명)가 달라졌다. 2개월 새 다른 아이가 됐다. 쉬는 시간에 수학 문제집을 푼다. 더 이상 의자를 친구에게 집어 던지지 않는다. 민규는 6월 ADHD 진단을 받았다. 경기도가 실시한 ‘어린이정신건강검진사업’에서다.

불과 2개월 만에 민규가 호전된 건 부모와 학교·지자체의 합동 노력 덕분이다. 엄마는 이번 조사에서 민규가 ‘주의군’으로 분류되자 바로 소아정신 전문병원으로 달려가 약물 치료를 시작했다. 선생님은 올 초부터 민규의 행동을 꼼꼼히 기록했다. 이 기록은 정신과 진단에 큰 도움이 됐다. 공장에 다니는 아빠가 어깨를 다쳐 변변한 수입이 없는 민규네를 지역사회가 도왔다. 경기도 안성시정신보건센터가 초기 검사비 30만원을 지원한 것이다.

ADHD 치료의 선결 조건은 부모의 변화다. 대부분의 엄마는 자식이 ADHD 증세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유성훈 정신과 전문의(천안 행복주는의원 원장)는 “아이가 눈이 나쁘면 안과에 가면서 ‘수업시간에 집중을 못하겠다’고 하면 의지력이 부족하다고 나무란다”며 “ADHD가 병이란 걸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을 가장 가까이에서 대하는 학교와 교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아직 ADHD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일부 교사는 ADHD 아동을 ‘버릇없는 아이’로 여기고 엄하게만 대하기 쉽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강상경 교수는 “미국 일부 주에선 학교마다 사회복지사·심리상담사 등 교사 이외의 전문인력들이 갖춰져 있다”며 “학교 내에서 협업을 통해 ADHD 초기부터 치료가 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지역사회 인프라도 절실하다. 치료에서 소외되기 쉬운 저소득층 아이들에 대한 무상 치료 시스템이 필요하다. 경기도가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 이유다. 류영철 경기도청 보건정책과장은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무료 약물 치료와 가족 상담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학교와의 연계를 통해 지속적인 예방과 관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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