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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특허기술 가로채기 엄벌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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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예컨대 기술 유출로 10억원의 피해가 났다고 하자. 그리고 소송을 걸어 이길 확률이 반반이라 가정하자. 소송비용은 승소 시 4억원, 패소 시 2억원이라고 하자. 이기면 6억원(10억-4억)을 얻고, 지면 2억원(0-2억) 손해다. 이때 기대수익은 2억원이다. 피해액의 20%다. 피해자는 몇 년 끌어봐야 힘만 들고 피해를 제대로 보상받기 힘드니 소송을 포기한다. 가해자도 이를 알기에 계속 피해를 준다.

미국은 지적재산권 피해에 대해 세 배 보상이 일반적이다. 입증 가능한 피해가 실제보다 작고, 모든 경우가 다 소송으로 가진 않으므로, 피해액보다 더 크게 보상을 해주는 거다.

우리도 세 배 보상을 가정해 보자. 앞의 가정을 적용한다면 30억원의 소송을 걸 수 있다. 소송액이 크기에 변호사는 이길 경우에 12억원을 가져가고, 질 경우 무료라 하자. 이기면 18억원(30억-12억)을 얻는다. 50%의 확률이므로 기대수익은 9억원이다. 피해액의 90%다.

피해자로선 소송을 걸 유인이 생긴다. 가해자도 이를 알기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 할 수밖에 없다. 물어줘야 할 기대 피해액이 15억원(30억원의 50%)으로, 실제 피해액(10억원)보다 크기 때문이다.

피해액 이상으로 보상해 준다는 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피해를 100% 입증할 수 없고, 모든 경우 소송으로 가지 않는 데다, 기술 유출 같은 불법을 막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액 이상의 징벌이 필요하다. 미국에선 악의적인 목적이 밝혀질 경우 천문학적인 피해보상을 청구한다. 이런 제도가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을 보호하고, 대기업과의 동등한 수준의 협상력을 갖게 한다. 우리나라도 중소기업의 기술 유출과 대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해 징벌적 보상제도의 도입을 고려할 때가 됐다.

남성준 뉴저지주립대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