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장기 표류 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서울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프로젝트가 주관사 교체라는 새 국면을 맞았다. 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PFV(이하 드림허브)는 23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사실상 사업 주관사인 삼성물산을 이 프로젝트에서 배제키로 결의했다. 드림허브는 “다음 달 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삼성물산이 사실상 주인이자 이 사업의 자산관리회사인 용산역세권개발㈜과 계약 해지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드림허브가 지급보증을 통해 8조원에 이르는 땅값과 사업비를 마련하라고 꾸준히 요구했으나 삼성물산이 계속 거부한 데 따른 조치다. 드림허브는 삼성물산을 빼는 대신 새로운 건설사를 찾아 사업의 새 판을 짜기로 했다. 드림허브 관계자는 “전체 시공권(9조원 규모) 가운데 60%를 기존 17개 건설 투자자에 지급보증 규모별로 우선 배분하고, 40%는 새 건설 투자자가 나타나면 지급보증 규모에 따라 나눠주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이 사업에 지분 25%를 갖고 있는 코레일은 자체적으로 마련한 자금 조달 계획안을 내놨다. 코레일 김흥성 대변인은 “삼성물산이 용산역세권개발㈜에서 손을 떼면 국제업무지구 내에 들어설 랜드마크 빌딩(4조5000억원 규모)을 내년께 선매입하겠다’며 “이럴 경우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과 드림허브의 이 같은 방침에도 불구하고 사업 추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새로운 대형 건설업체를 참여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에 사업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는 “사업의 돌파구를 열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로 생긴 문제인 만큼 단기간에 개발 사업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이날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익명을 요청한 이 회사 임원은 “사업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공사만의 지급보증은 안 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만 밝혔다.

황정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