武人의 땀과 기백을 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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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태조 왕건''제국의 아침'에 이은 KBS 고려사 시리즈 셋째편 '무인시대'의 세부 그림이 그려졌다. '태조 왕건'이 고려의 건국을 묘사했고 '제국의 아침'이 고려의 기틀을 잡는 과정을 다루었다면 '무인시대'는 고려 중기 정권 다툼을 벌이는 무인들에 대한 이야기다. 내년 2월 8일 첫 방송되며 총 1백50부작이다. KBS는 올해 '태조 왕건'과 SBS '야인시대' 등 선 굵은 남성 드라마가 시청률 50%를 넘나들며 선전했던 것과 관련, '무인시대'의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제작진에 따르면 '무인시대'는 고려 중기 1170년(의종 24년) 정중부가 무력으로 정권을 장악하려는 장면에서 막이 오른다. 총사령관 정중부가 부하 이의방과 이의민으로 하여금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때부터 1258년(고종 45년) 최씨 정권의 최후 집권자인 최의가 죽기까지의 약 90년이 드라마의 시간적 무대다. 정중부·이의방·이의민·최충헌·최우·최항 등 개성이 제각각인 무인들의 충돌과 암투 장면을 실감나게 그리는 만큼 출연자 수·세트비 등에서 '태조 왕건'을 능가한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제작진은 무신정권을 통틀어 실력자로 군림하는 정중부·이의방·이의민 등에 대한 캐스팅을 완료했다. '태조 왕건'에서 견훤 역을 열연했던 서인석(左)이 이의방 역으로 사극에 복귀한다. 정중부와 이의민 역은 각각 김흥기와 이덕화(右)가 맡았다. 또 정중부 일행에 의해 폐위되는 무능력한 왕 의종은 김규철이, 이고 역은 '야인시대'에서 '쌍칼'로 사나이의 이미지를 확실히 보여준 박준규가 맡았다.

제작을 맡은 윤창범 PD는 "고려 후기 사회의 무신 정권은 소재가 매력적임에도 불구하고 스케일이 방대한 데다 자료도 충분하지 않아 그간 드라마로 만들 엄두를 내지 못해 왔다"며 "난세의 영웅들이 쿠데타로 정권을 얻지만 결국 몰락하는 과정을 통해 역사는 반복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한편 '무인시대'에서는 고려의 대 북방 정책과 호족·왕권 간 관계 등에 대해서도 상세히 다룰 예정이다. 제작진은 현재 안동 등지에서 이의방이 유혈 쿠데타를 일으키는 장면 등 1·2회의 대규모 전투신을 촬영 중이다.

박지영 기자

naz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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