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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인터넷 문단속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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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연예인에 대한 평가와 소문을 담은 '연예인 X-파일'의 파문이 커지면서 각 기업들이 보안 대책을 재점검하는 등 문단속에 나섰다. 뜻하지 않은 사내 정보가 새 나갈 경우 엄청난 곤욕을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X파일'사건이 터진 직후인 지난 20일 마케팅리서치사에는 비상이 걸렸다. 민감한 자료조사를 하는 회사인 만큼 "보고서를 함부로 유출하다가 사고가 나면 그 피해를 직원들에게 묻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고, 직원들에게 "문제의 파일을 사내 통신망이나 메일서버를 통해 유포하지 말라"고 단속했다.

일부 기업은 일정 크기 이상의 e-메일은 아예 전송이 안 되도록 묶었다. 사내 정보나 핵심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다.

삼성의 경우 특수한 부서를 제외하곤 메일의 크기가 10메가바이트(MB)가 넘으면 아예 전송이 안 된다. 동보 전송의 수신인도 50명 이내로 제한했다. 특히 PC안의 자료를 외부 사이트에 업로드하거나 휴대용 저장장치에 복사하지 못 하도록 원천봉쇄했다.

일부 기업에선 사생활 침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e-메일 중 특정 단어가 들어 있을 경우 자동으로 체크되거나 기록으로 남기는 시스템을 갖추기도 한다.

삼성 SDS는 첨단 IT 업체답지 않게 사내 무선랜 사용을 일절 금하고 있다. 이는 무선랜을 사용할 경우 일부 보안이 취약해질 우려가 있고, 또 해킹한 해커 추적이 쉽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LG, 한화 등은 불특정 다수의 컴퓨터와 파일을 공유하는 P2P 프로그램 접속을 막아 놓았다.

인터넷 의사 소통 통로로 각광을 받고 있는 '싸이월드' 등 블로그(개인 홈페이지) 운영 사이트 접속을 막아 놓은 기업들도 있다. 현대차는 'cyworld'가 들어간 문구를 인터넷 주소(URL)창에 입력만 해도 접속이 차단되고 '접속금지' 경고 문구가 뜬다.

KT와 신세계 등도 싸이월드 접속을 금지하는 한편 MSN 등 외부 메신저 대신 인트라넷 메신저를 사용토록 했다.

외부로 나가는 문서를 외부에서는 읽을 수 없게 아예 암호화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곳도 늘고 있다. 하이닉스가 지난해 말 이같은 시스템을 도입한 데 이어 SK㈜도 다음달 중 자체개발한 시스템을 회사전체에 설치하기로 했다.

뉴테크웨이브, 펜타시큐리티 같은 보안업체들은 내부 정보 유출이 이슈화되자 보안 솔루션의 영업을 강화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기밀 정보 유출의 80% 이상은 내부 직원들에 의한 것인 만큼 이를 막는 시스템 도입과 함께 직원들에 대한 보안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상.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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