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레이더] 돈 많이 몰려 부푼 꿈… 금리·유가 등 우려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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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외국인 투자가들의 '바이 코리아'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지난 14일 삼성전자 실적 발표 이후 외국인들은 3일간 6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는 왕성한 식욕을 보였지만 이후 연 3일동안 다시 1900억원의 주식을 처분했다.

외국인들은 코스닥시장에서도 지난 21일까지 연 8일째 주식을 내다 팔았다. 이처럼 외국인 투자가들이 갑작스레 매도로 돌아서면서 삼성전자 실적 발표를 계기로 올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들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푸대접받는 현상)가 많이 해소될 것이라던 기대감도 시들해지고 있다. 코스닥의 기세는 여전하지만, 지난주 거래소의 주가흐름이 다시 답답해진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사실 국내 기업들이 지난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냈지만 외국인들의 시각은 여전히 냉랭한 편이다. 소니.마쓰시타 등 일본 10대 가전업체의 순익을 다 합친 것 보다 두배 이상 많은 이익을 낸 삼성전자의 주가마저 여전히 40만원대 후반에 갖혀 있다. 최근 외국인 투자가들의 관망세는 국내 증시 상황보다는 국제자금 시장의 흐름과 관계가 깊다는 분석도 있다.

당장 국제 투자 자금과 전세계 증시는 내달 3일로 예정된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FOMC가 금리를 올릴 경우 인상 폭에 상관없이 국내 증시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약달러를 쫓아 해외 증시로 몰렸던 자금들이 FOMC의 금리 인상을 신호탄 삼아 다시 미국으로 쏠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는 30일 이라크 총선을 앞두고 출렁이는 국제 유가의 향배도 국내 기업들의 실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증시를 떠받처주는 풍부한 유동성이다. 실제로 3%대에 은행 금리에 한계를 느껴 은행권을 빠져나온 자금들이 올들어서만 3조원에 달하고 이중 상당수가 투신사와 증권사로 향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는 지금 기대과 우려가 교차한다. 판단이 안서고 헷갈릴 때는 섣불리 따라가기보다 한발짝 떨어져 쉬는 것도 훌륭한 투자일 수 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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