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前총경에 퇴직금 1억 도피자금 대준 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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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규선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다 미국으로 도피한 최성규(崔成奎·52)전 총경이 지난달 퇴직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퇴직금 지급의 타당성과 수사 당국의 체포 의지 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퇴직금 지급 타당한가=崔전총경은 지난 6월 부인을 통해 경찰청에 퇴직금을 처음 청구한 이후 5개월여 만인 지난달 말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퇴직금의 절반인 9천8백여만원을 받았다. 지난 4월 미국에서 잠적한 그가 거액의 도피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崔전총경은 처음 신청한 퇴직금 청구서가 본인 명의가 아니라는 이유로 반려되자 지난 8월 27일 LA에서 택배 우편을 통해 직접 작성한 퇴직금 청구서를 경찰청 특수수사과로 보냈다. 경찰청 관계자는 "청구서류를 접수한 뒤 연금관리공단에 물어본 결과 '본인인지만 확인된다면 지체없이 청구해야 한다'고 회신해와 지난달 18일 공단에 퇴직금 지급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단측은 9천8백여만원을 崔전총경 명의의 국내 국민은행 통장으로 입금했다. 경찰청은 "청구서류에 인감증명서·본인 통장 사본 등이 들어 있는 데다 지급을 보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수사 의지 있나=崔전총경이 직접 퇴직금 청구서를 보내온 지 4개월이 되도록 경찰·검찰은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崔전총경의 청구서를 받은 즉시 주소지와 전화번호가 적힌 봉투를 서울지검에 팩스로 보냈으며 경찰청 외사3과에도 알려주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퇴직금 지급 전에 검찰에 문의했다"면서 "이 사안을 굳이 언론에 공개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검찰과 법무부 측은 "경찰청이 지난달 말 퇴직금을 지급한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며 "崔전총경의 검거는 미국 당국의 의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특히 퇴직금 청구 과정에서 崔전총경이 미국에서 관련 서류를 전달받는 등 가족들과 긴밀하게 연락이 이뤄졌음에도 검찰과 경찰은 그의 소재지를 파악하는 데 실패했다.

◇崔전총경의 행방은=崔전총경이 보낸 우편물에는 '3171. W. Olympic #159 LA CA 90006'이라는 주소와 함께 전화번호도 씌어 있었다.

경찰청은 "미 연방보안국과 함께 주소를 확인한 결과 LA 코리아타운 내 우체국·금은방 등이 있는 상가로 나타났으며 전화번호는 다른 지역에 등록된 것으로 드러나 교민 등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하고 있으나 별 성과는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도 "미 법무부에 주소지 확인을 요청한 결과 '우체국 주소라 의미가 없다'는 답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강주안·장정훈 기자

joo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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