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진은 인수위, 실행은 당·내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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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7일 최종 확정된 대통령직 인수위는 그 면면에서 '기획팀'의 성격을 띤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인수위는 머리 역할을, 당과 내각은 손발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하는 것 같다. 盧당선자는 평소 자신의 생각을 잘 아는 이들 인수위원에게 국정의 밑그림을 그리게 하고, 현실에 적용하는 역할은 내각과 당에 맡기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보인다.

구성원의 면면이 '개혁'으로 요약되고, 평소 성장이나 시장을 강조해온 인사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데 대해 임채정 인수위원장은 "우려할 만한 편향성은 없지만 안정감과 균형감을 갖추기 위한 보완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경제 분과=위원들은 대체로 시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부분엔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경제1분과의 허성관 동아대 교수는 재벌의 금융기관 사금고화를 막기 위한 금융회사 계열분리 청구제와 증권분야 집단소송제 조기 도입 등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연구원 이동걸 위원은 현 정부에서도 금융·기업 구조 조정에 깊이 관여했다.

정태인 서울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은 재벌에 경제력이 집중돼선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서울대 해체와 지방 국립대 육성 등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한국개발연구연(KDI) 박준경 연구위원은 정부-대기업-중소기업의 역할분담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해왔다.

경실련 과학기술위원장을 지낸 순천대 박기영 교수는 새 정부 과학기술 정책의 골격을 짤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정명채 부원장은 주로 농촌복지·교육 측면에 강조점을 두어온 농촌전문가다.

◇비경제 분과=통일외교안보 분과의 상지대 서동만 교수나 이종석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서주석 국방연구소 연구위원은 햇볕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뒷받침한 소장파 학자들로 알려져 있다. 사회문화여성 분과는 취약 계층에 대한 배려가 강조될 전망이다. 장애인 복지 전문가인 권기홍 영남대 교수가 간사를 맡고 있다.

또 민주노총 부위원장 출신의 김영대 개혁당 사무총장, 여성학 박사 1호인 정영애 충북도 여성정책관이 노사관계와 여성 부문을 나눠 맡고, 박부권 동국대 교수는 교육정책의 틀을 짤 전망이다.

정철근·서승욱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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