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직선제 진통 언제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총장 교체기를 맞은 국·공립 대학이 선거 참여를 요구하는 교직원들의 실력 저지에 부닥쳐 곳곳에서 투표가 무산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그동안 교수들의 총장 직선제 선출의 폐해가 심각하게 드러나며 제도 개선의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는 마당에 이번엔 선거권 보장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져 힘을 낭비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1980년대 말 사회 각 분야의 민주화 바람을 타고 도입된 총장 직선제는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적 운영 등 나름대로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폐단을 불러왔다. 정치판을 뺨치는 과열·혼탁에 인맥·파벌에 의한 편가르기, 논공행상식 보직 안배 등은 대학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같은 지적에 따라 그동안 사립대는 대부분 임명제나 간선제로 전환해 1백50개 사립대 가운데 10여개 대학만 직선제를 택하고 있으나 국·공립대의 경우 교수들의 반대로 직선제가 고수돼 전체 38개 대학 가운데 교원대 한 곳만 간선제로 바꿨다.

총장 선거권 보장을 둘러싼 대립은 직선제가 유지되는 한 언젠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쟁점이다. 교수들은 총장 선출이 고유 권한이라고 주장하지만 교직원들은 자신들도 대학의 한 주체인 만큼 대학 자치의 완성을 위해 선거 참여는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참여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교직원들은 공무원직장협의회를 통해 조직적으로 대응에 나서 내년 2월까지 총장을 새로 뽑아야 하는 아홉개 대학에서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대학의 생존이 문제가 되는 시대가 다가오는데 학내 구성원들이 감투 다툼에만 열중한다면 희망이 없다. 경영 능력이 있는 인사를 영입해 대학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직선제로는 곤란하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경험이다. 교수는 물론 직원·학생·동문·지역 인사 등이 함께 참여하는 추천위나 초빙위를 통해 선임한다면 학내 구성원의 의사도 반영하면서 유능한 총장을 영입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