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 '당권 포기' … 민주 勢대결 새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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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 내 친노(親盧) 개혁파 의원들의 동교동계 퇴진 압력이 거세진 가운데 한화갑(韓和甲)대표가 25일 당권 불출마 의사를 밝힘에 따라 민주당 내 세력대결 양상은 급변하고 있다. 韓대표의 측근인 문희상(文喜相) 의원은 25일 "韓대표가 불출마뿐 아니라 개혁특위 인선도 노무현 당선자 측에 사실상 전권을 위임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대선 과정 내내 노무현 당선자와 갈등이 적지 않았던 韓대표가 스스로 한걸음 물러남으로써 정면대결은 피하고 일종의 절충 가능성을 열어놓은 셈이다.

그러나 정균환(鄭均桓)총무와 과거 비노(非盧)세력이었던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 소속의 복당파 의원들은 물밑에서 상호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내년 1월께로 예상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盧당선자 측에 맞서기 위해서는 세(勢)를 불려가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개혁파의 인적 청산 제기에는 "대선승리를 이룬 정당에서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은 세계 어느 정당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불만도 나온다.

韓대표 측도 "당내 특위기구가 구성되면 모든 의견을 수렴해 발전적인 검토를 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제도 개혁'에 무게를 실었다. 박상천 최고위원은 "지금은 당의 제도적 개혁안을 마련하는 게 순리"라며 가세했다.

사퇴의사를 밝힌 韓대표는 하루 전날인 24일에는 후단협 회장이었던 최명헌(崔明憲)·장태완(張泰玩)의원과 만찬회동을 하고 개혁파의 공세에 대한 공동대응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균환 총무는 "모든 것은 당헌당규에 따라 순리대로 처리해야 한다"며 "국민의 정부를 실패한 정부로 규정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정면 반발했다. 鄭총무는 26일 崔·張의원 등 과거 후단협 소속의원 10여명과 오찬회동을 하는 등 본격적인 세력 규합을 모색하고 있다.

후단협 소속이었던 이윤수(李允洙)의원은 "1백51명의 한나라당과 맞서 정국운영을 해나가려면 화합해도 힘이 부칠 상황"이라며 "누구는 개혁적이고 누구는 반개혁적이라는 자의적 옥석구분론에 앉아서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톤을 높였다.

이 때문에 당내 신주류 측에서는 "韓대표가 일단 지도부 전면 개편요구 공세를 피하면서 시간을 벌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최훈 기자

cho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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