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료거래 뿌리 뽑는 해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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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햇빛은 최고의 살균제'라는 금언에 빗대어 카드를 '지하경제를 밝히는 촛불'에 비유하면 어떨까요. 우리나라 '지하경제(암시장·black market)' 규모에 대해 국내의 한 연구기관은 국내총생산(GDP)의 11.3%라고 추산한 적이 있습니다. 약 60조원이 법의 통제가 미치지 않는 곳에서 돌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지하경제를 방치하면 부당한 이득을 챙기는 세력이 늘고 세금 탈루로 인해 재정 수입에도 손실을 끼칩니다.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는 다수의 시민에게 허탈감을 갖게 하지요. 그동안 지하경제는 주류(술)·귀금속·석유류·양곡(쌀)등 불투명한 거래가 잦은 분야에 많았습니다. 세금계산서를 제대로 주고받지 않는 거래가 많은 상품들입니다.

그러나 최근에 이들 상품 시장에도 카드 결제가 속속 도입되면서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

국세청은 지난 해 7월부터 주류 구매 전용카드 도입을 의무화했습니다. 주류 도소매상이 주류업체로부터 물품을 공급받고 구매대금을 전용카드로 결제하는 이 제도는 도입된 지 1년6개월이 지나면서 전국 60여만 곳의 소매점과 음식점 등이 가맹점 계약을 맺었다고 합니다. 주류 거래에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던 '무자료 거래(세금계산서없는 거래)'가 줄고 세금도 더 걷히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답니다.

농림부는 미곡처리장·도정업체·양곡도매상·대형할인매장·단체급식업소 등에서 이뤄지는 쌀 거래를 투명하게 유도하기 위해 지난달 양곡구매전용카드를 시범 도입했습니다. 수입 쌀이 국산으로 둔갑하는 부정 유통을 막아 소비자의 피해를 줄이고 신종 '쌀 카드깡'도 줄여 연간 7조원의 쌀 유통시장 중 3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무자료 거래를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내년부터는 육류와 채소 거래에도 카드 결제가 가능한 '농축산물구매전용카드'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부터 귀금속구매전용카드를 발급하기 시작했습니다. 귀금속 도소매상을 가맹점으로 가입시켜 연간 16조원 중 5조원으로 추산되는 무자료 거래를 양성화할 계획이랍니다. 내년 3월에는 석유류 구매전용카드도 시범 도입되고 6월 이후 전면 확대될 예정입니다. 10조원대의 정부물품에 대한 정부구매 전용카드가 내년께 도입되면 잦은 입찰 비리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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