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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스타급 투수 첫 한국무대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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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면

"이 정도면 무조건 선발이지 뭐."

좀처럼 웃지 않는 두산 김인식 감독의 입가에 모처럼 엷은 웃음이 피어났다. 올시즌 팀내 최다승 투수였던 게리 레스(16승)와 최다타점(82타점)을 올린 간판타자 타이론 우즈의 일본행으로 표정이 어두웠던 그였다. 김감독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게 한 주인공은 현해탄 건너 일본에서 제 발로 찾아온 이리키 사토시(35·사진)다.

오른손 정통파 투수인 이리키는 22일 오전 11시 잠실구장에서 김인식 감독과 최일언 투수코치 등 두산 코칭스태프가 지켜보는 가운데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일본 프로야구 특유의 자로 잰듯한 코너워크와 다양한 변화구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12월 말의 날씨에 최고 스피드 1백42㎞가 나왔다. 시즌 때 1백45㎞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구위였다.

볼을 받아준 김태형 2군코치는 "몸쪽 떠오르는 직구와 슬라이더가 인상적"이라며 구위에 만족감을 표했다. 10여분간 투구를 마친 이리키는 웨이트 트레이닝장으로 자리를 옮겨 간단한 체력운동을 했다. 두산의 평가는 합격. 이리키는 졸지에 '제 발로 찾아온 복덩이'가 됐다.

1m78㎝, 80㎏의 다부진 체격을 지닌 이리키는 일본 야구 매니어라면 누구나 아는 수준급 투수다. 지난해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시즌 10승(3패)을 올리며 팀의 일본시리즈 우승에 한몫을 했다. LA 다저스에 진출한 왼손 에이스 이시이 가즈히사와 함께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던 선수다. 그러나 올해는 발목 부상과 개인사정으로 1승(3패)에 그쳤고 시즌이 끝난 뒤 팀에서 방출됐다. 통산 성적은 35승30패, 방어율 4.25.

이날 동행한 에이전트는 "밝히기 힘든 개인사정으로 일본에서는 더 이상 운동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산 곽홍규 단장은 "23일 오전 신체검사를 한 뒤 오후에 구단 사무실에서 입단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입단조건은 연봉 10만달러, 옵션 10만달러 등 20만달러(약 2억4천만원)가 될 전망이다. 이리키는 올해 일본에서 4천만엔(약 4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이리키가 두산에 입단하면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일본인 선수가 된다. 국내 프로야구에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된 1998년 이후 지금까지 일본 국적의 선수는 한명도 없었다.

이태일 기자

pinet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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