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盧지지 철회 한밤 전격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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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얼굴)대표가 대선을 하루 앞둔 18일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 철회를 선언했다.

<관계기사 3, 9면>

통합21 김행(金杏)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鄭대표는 盧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키로 했다"고 선언했다. 金대변인은 "盧후보가 오늘 鄭대표가 참석한 서울 명동 합동유세에서 '미국과 북한이 싸우면 우리가 말린다'는 표현을 썼다"며 "이 표현은 매우 부적절하고 양당 간 합의된 정책공조 정신에 어긋나는 발언이라고 판단한다"고 공조 파기 이유를 설명했다.

金대변인은 이어 "미국은 우리의 우방이며, 북한과 싸울 필요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우리의 시각"이라며 "이날 합동유세에서 이 같은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金대변인은 한때 "공조 파기는 아니다"고 했으나 곧이어 홍윤오(洪潤五)공동대변인이 "우리는 민주당이 공조를 파기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洪대변인은 이어 "오늘 명동과 종로 유세에서 盧후보가 鄭대표를 모욕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우리는 판단하고 있다"며 "이는 민주당이 우리 당과의 정책공조를 먼저 파기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통합21의 핵심 관계자는 "盧후보가 이날 공동유세에서 鄭대표 지지를 외치는 일부 청중에게 '너무 속도위반하지 마라. 차기 지도자감으로 鄭대표 외에도 민주당 정동영(鄭東泳)·추미애(秋美愛)의원 같은 분들이 있다'고 말한 게 鄭대표를 자극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金대변인은 "통합21은 끝까지 약속을 지켰다"며 "우리 정치에서 가장 나쁜 것은 배신과 변절이며, 이런 현상이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되는 만큼 각자 현명한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은 鄭대표의 지지철회 소식을 전해듣고 긴급 회의를 소집, 향후 대책을 숙의했다. 盧후보는 평창동 자택으로 鄭대표를 찾아갔으나 통합21의 이인원(李寅源)당무조정실장이 "鄭대표가 약주가 과해 주무신다"고 면담을 거절해 회동이 성사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盧·鄭 단일화 합의는 애초부터 이뤄질 수 없는 것으로 필연적 결과"라고 말했다고 조윤선(趙允旋)선대위 대변인이 전했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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