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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막판유세...밤을잊은득표전]盧 "민주당 물갈이 재창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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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선이 D-2일의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가운데 17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는 쉴 새 없이 전국을 누볐으며 기자회견을 통해 막판 승부수를 던졌다. 李후보는 대전에서 회견을 열고 盧후보의 충청권 행정수도 이전 공약은 실현 불가능한 거짓말이라고 맹비난했다. 청주∼천안에서 릴레이 유세를 벌인 뒤 취약층인 젊은 층을 겨냥해 서울 대학로에서 밤 늦게까지 유세를 벌였다. 盧후보는 DJ 정권의 실정(失政)에 책임있는 인사들을 새 정부에 참여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정몽준(鄭夢準)국민통합21 대표와 일산에서 공동 유세를 벌이는 등 수도권에서 아홉 차례에 걸쳐 강행군 유세를 한 뒤 바로 부산으로 날아가 영남표에 마지막 공을 들였다. 두 후보 모두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모습이었다.

민주당 노무현(사진) 후보는 견고한 영남권 표심을 뚫기 위해 강수(强手)를 띄웠다. 한 단계 수위가 높아진 DJ 측근 비리 청산 메시지와 민주당 '물갈이론'이 골격이다.

그는 지난 11일에도 '새 정치'를 공약하며 "현 정부의 비리와 실정을 엄정하게 처리하고, 권력 주변의 새로운 비리가 나타날 경우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했다. 집권했다고 해서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을 비호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 날은 한발 더 나아갔다. 법적으로 책임질 일이 없어도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대상은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하고▶부패에 관련됐으며▶쇄신에 장애가 된 실정(失政) 책임자와 세력으로 적시했다. 사실상 청와대와 정부에 포진한 DJ정부 실세들, 당내 동교동계와의 단절을 시사한 발언이다.

수차 언급해온 민주당 재창당에 대해서도 盧후보는 보다 진전된 언급을 했다. 그는 이날 정치세력의 정비→문호 개방·인물 영입→취임 전 신당 창당의 수순을 제시했다. 호남당 탈색(脫色)도 거론했다.

민주당 간판을 내릴 수도 있다는 언급을 통해 영남권의 부정적 인식을 희석하려는 것이 목적인 듯 보인다.

그러나 당선 후 민주당 주류세력의 교체 및 정계 대개편까지 예고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 밖에 盧후보는 야당에 대해선 '국정 동반자'로 삼을 것이며 대선에 공을 세웠다고 해서 국정의 책임있는 자리를 나누는 일이 없을 것으로 강조했다. 정몽준 통합21 대표와의 단일화 역풍을 차단하는 데 목적이 있는 발언 같다.

盧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이 부산·경남(PK)권 35% 이상, 대구·경북(TK) 30% 이상의 득표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임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기자회견이 영남 지역을 향한 선거용인가, 당선 후의 청사진 제시인가"라는 질문에 "둘 다"라고 답변했다.

-부패·실정 책임자에게서 구체적으로 범법행위가 드러났나.

"법적으로 책임질 사람이 있고, 법적 책임이 없더라도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

-문호 개방 대상으로 한나라당도 포함되나.

"배제하지 않지만 아직은 거국내각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동안 정당의 기반이 양당 모두 지역적으로 편중돼 있고, 일부 국민층에 편중돼 있다. 이런 한계와 벽을 깨겠다는 뜻이다. 어느 정권도 절반의 정당이 되지 않겠느냐는 국민의 우려를 깨끗이 씻어내겠다. "

-야당을 국정 동반자로 삼겠다는 이유는.

"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뜻이다. 독재·반독재의 긴 여정 때문에 아직도 투쟁을 꼭 필요한 정치과정으로 사고하는 잔재가 남아 있다. 그래서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끊임없는 대결의 장이 돼 왔다. 대화와 타협을 가로막는 하나의 요소가 지역구도였다. 지역구도가 해소될 때 정치인의 패러다임도 바꿀 수 있다. "

盧후보는 회견에서 "아직도 많은 사람이 (DJ 측근 비리를 청산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고 있고, 한나라당이 의구심을 갖도록 하고 있지만 실행할 만한 각오와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민석 기자

ms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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