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등서 정보 얻는 젊은이는 뜨겁지만 50·60대는 선거판 뒷전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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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후보자 지지율이 벌써 인터넷에 떴다고? 계모임에서 '누가 된다더라'하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우리들이야 그런 건 잘 몰라. "

경기도 양주군에 사는 주부 김애덕(52)씨는 동네에서 유세 한번 열린 일이 없다면서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이 영 내 일같지 않다"고 말했다. 회사원인 딸(28)을 통해 가끔 "인터넷에 아무개 후보에 관해 무슨 소문이 나돈다"는 얘기를 귀동냥하지만 자세한 내막을 몰라 답답하다고도 했다.

"젊은 사람들이야 인터넷 뒤져보고 이런저런 비교를 한 뒤 투표하겠지만 우리는 그냥 지금까지 여당·야당에 대해 각자 생각해온 대로 찍을 수밖에…."

대선 후보자들과 관련된 정보가 인터넷·휴대전화 등을 통해 주로 공급되면서 전통적으로 대규모 유세장에서 선거 정보를 얻던 50대 이상 유권자들이 느끼는 선거 소외감이 커지고 있다.

인터넷에는 각 후보의 정책이나 일정에 대한 정보, 시민단체들의 공약 분석자료, 네티즌들의 의견 등 선거 정보가 지나치리 만큼 넘쳐나고 있다. 20,30대 네티즌들은 이를 통해 선거 정보를 얻는 반면 오프라인의 열기는 썰렁하다. 정당·후보 연설회의 경우 지난 15대 대선 때는 후보별로 평균 49차례나 열렸으나 이번 대선에선 15일까지 3회에도 못미쳤다. 선거 정보가 이처럼 온라인 중심으로 쏠리다 보니 컴퓨터 사용에 익숙지 않은 50, 60대 유권자들은 정보 갈증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에서 택시운전을 하는 廉모(55)씨는 "전에는 시간이 되면 유세장에도 가고 비슷한 또래 승객들이 하는 얘기를 들으며 선거판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남들보다 많이 알았다"면서 "그러나 이번 대선의 경우 나이많은 승객들은 선거 얘기를 좀처럼 안한다"고 말했다.

서울 당산동에 사는 李모(67·여)씨도 "대학생인 손자가 인터넷에서 어떤 후보가 무슨 얘길 했다는데 TV 뉴스를 봐도 안 나오더라. 요즘에는 동문회를 못하게 해서 그런지 송년모임도 없어 선거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영 모르겠다"고 했다.

각 정당에서도 50, 60대를 공략할 마땅한 대책이 없어 발을 구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나라당 홍보단의 한 관계자는 "옥외집회가 원칙적으로 금지됨에 따라 50대 이상의 유권자들과 접촉할 실질적 통로가 줄어들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경우 노무현 후보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 16일 현재 15만개가 넘는 반면 지난달 40, 50대를 겨냥해 출범한 4050생활정책자문단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고작 10여개의 글밖에 실리지 않았다.

대한은퇴자협회 주명룡(57)회장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온라인을 통해 중년층 대상으로 투표 운동을 벌여왔지만, 접속률이 저조해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면서 "투표율이 높은 기성세대들에게 자세한 정보가 제공되지 못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실련 시민감시국 김태현 부장은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층을 끌어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거 정보에서 소외되는 유권자에 대한 배려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혜신 기자

hyaesin@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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