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먹는 흉물로 변한 서귀포 월드컵경기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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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름답던 경기장이 어쩌다 이 모양이 됐나.

2002월드컵이 끝난 뒤 다섯달 만에 FA(축구협회)컵 준결승전이 벌어진 서귀포월드컵경기장은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변해 있었다. 지난 여름 태풍에 두차례 테프론 지붕막이 찢겨졌던 서귀포경기장은 보수공사를 위해 지붕을 완전히 걷어내 골조만 휑하니 남은 상태다. 공사는 내년 1월 시작해 여름께 마칠 예정이다.

장병순 서귀포월드컵추진기획단장은 "경기장 시공 회사와 미국·일본의 전문가가 설계상의 결함을 정밀 조사하고 있다. 지붕막 훼손의 원인이었던 소용돌이 바람에도 견딜 수 있도록 완벽하게 재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귀포경기장은 월드컵 이후 단 한 차례의 공식 경기나 행사도 열리지 못하고 방치돼 왔다. 올해 경기장 유지·관리비로 들어간 돈은 14억6천1백만원. 월드컵 당시 경기장 사용료 9억원을 빼고는 수입이 1억4천8백만원에 불과해 4억1천3백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 수입도 월드컵 이전인 2월에 얻은 것이다. 내년은 지붕 공사 때문에 활용 일수는 크게 줄고 적자는 더 늘어날 게 분명하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실사단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축구경기장"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서귀포월드컵경기장은 축구장으로서의 역할을 잃어가며 '돈 잡아먹는 흉물'로 변해가고 있다.

서귀포=정영재 기자

jerry@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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