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0원짜리 화장품의 힘 … 브랜드숍 1년 새 30개 늘어 … 쇼핑 1번지 명동 잡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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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 한복판의 유네스코 빌딩 1층. 국민은행이 있던 이곳에 지난 5월 화장품 브랜드숍 ‘잇츠스킨’이 문을 열었다. 국내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공시가격 ㎡당 6230만원) 명동 중앙로 한복판에 자리 잡은 것도 브랜드숍인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이다. 19일엔 중앙로 한복판 스와로브스키 매장 자리에 한국화장품의 ‘더샘’이 5개 층으로 문을 연다.

2002년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앞에 미샤 1호점이 생기면서 열린 화장품 브랜드숍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싼 가격을 내세워 국내 젊은 여성들은 물론 일본·중국·동남아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고객 중 외국인들의 비중은 브랜드별로 40~80%에 달한다. 해외 매장도 크게 늘면서 미샤는 현재 23개국에 588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8년 전 30여억원 규모였던 시장은 올해 해외수출액을 합쳐 1조7000여억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내년엔 2조원대를 넘어설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서울 명동은 화장품 브랜드숍의 집결지다. 중앙로 일대를 중심으로 50여 개의 브랜드숍이 성업 중이다. 명동 거리에 에뛰드하우스·홀리카홀리카·더페이스샵·토니몰리 네 개의 브랜드숍이 나란히 자리 잡았다. [안성식 기자]

쇼핑 1번지인 서울 명동에 1년 전만 해도 20여 개였던 화장품 브랜드숍이 최근 50여 개로 늘었다. 명동 한 곳에서만 5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업체도 4개나 된다. 관광객이 늘자 숙소에까지 구매한 제품을 배달해주는 브랜드숍도 등장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브랜드숍은 레드오션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경쟁이 치열한 데다 중저가 화장품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후발 주자들이 흑자를 내면서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화장품 용기업체인 태성산업은 2006년 토니모리를 설립해 3년 만에 흑자를 냈다. 올해 250개까지 점포를 늘릴 예정이며, 예상 매출은 1000억원에 이른다. LG생활건강이 인수한 더페이스샵도 올해 매장을 850여 개로 늘릴 예정이다. 엔프라니의 ‘홀리카 홀리카’, 한국화장품의 ‘더샘인터내셔널’ 등 중견 화장품업체들이 잇따라 뛰어든 데 이어 나드리화장품도 11월께 브랜드숍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한불화장품의 정해영 팀장은 “일본·중국·동남아 등지에서 화장품 한류가 거세지고 있는 데다, 노하우가 있는 중견 업체들까지 합류하며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대기업의 고가 화장품 브랜드가 백화점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견·군소 업체들은 브랜드숍을 뚫을 수밖에 없는 것도 시장이 커지는 또 다른 이유다. 소비자는 부담 없는 가격에 여러 제품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고, 업체들은 위탁생산을 통해 제품을 확보할 수 있어 진입장벽이 낮은 점도 브랜드숍의 성장을 부르고 있다.

글=최지영·김진경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화장품 브랜드숍(brand shop)=여러 브랜드 제품을 취급하는 종합화장품점과 달리 단일 브랜드의 제품 500~1500개를 취급하는 화장품 전문점. 젊은 층을 주고객으로 박리다매 전략을 편다. 3300원짜리 화장품이 많아 ‘3300원 숍’으로 불리기도 했다. 대부분의 제품 가격대는 수천원부터 비싸야 2만원을 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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