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조계사 찾아 불교지원 약속 盧, 입영열차 탄 軍입소자 배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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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9일 한나라당 이회창·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10일로 예정된 경제분야 토론회 준비를 위해 유세전을 잠시 접었다. 이런 가운데서도 李후보는 불교계, 盧후보는 젊은층 표심을 겨냥한 행보를 계속했다.

◇이회창 후보=李후보는 이날 조계종 총무원을 찾아 정대(正大)조계종 총무원장 등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측과 간담회를 열고 '12대 불교공약'을 발표했다. 李후보는 불교계가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북한산 관통도로 재검토를 비롯해 ▶조계사 일대 문화지구 지정▶군종장교의 종교 간 형평 유지▶전통사찰 복원 10개년 계획 등을 약속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조계종 사회부장 양산(陽山)스님은 "노무현 후보가 행정수도를 대전으로 이전한다는데 그러면 총무원도 대전에 또 지어야 하는 것이냐. 여기는 1천7백년을 지켜온 땅이고 전체 종단이 다 서울에 와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정대 원장도 "서울 시민들은 5년 내에 어떻게 옮겨가는지 지금 별로 관심이 없지만 막상 서울에서 관심을 가지면 어쩌려고 그런 위험한 발상이 나오느냐"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李후보는 "그래서 우리는 그런 공약을 현실성 없다고 했다. 예산만 40조원이 넘어 전혀 현실성 없는 소리"라며 고무된 표정을 지었다. 李후보는 불교계 현안인 달라이 라마 방한 문제에 대해 "(집권하면)불교 종단의 의견을 존중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후보=盧후보는 아침 일찍 서울역을 찾아 논산훈련소 입소를 위해 순천행 무궁화호 열차에 승차하는 입소자들을 격려했다.

한나라당 李후보의 병풍(兵風)의혹을 의식한 이벤트로 민주당 관계자들 사이에선 "李후보는 절대로 하지 못할 일"이란 얘기가 나왔다.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은 "며칠 뒤 있을 군 부재자 투표를 노린 것이며, 간교한 네거티브 운동"이라고 비난했다.

盧후보는 2005년 2월에 제대할 예정인 김진원(22·성균관대 3년 휴학)씨에게 "2004년에 나오도록 해주겠다"며 전날 발표한 군 복무기간 단축 공약을 강조했고, 金씨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라"고 화답했다.

盧후보는 "배우는 군대, 유익한 군대를 만들어 군 생활이 자기 계발과 향상의 기회가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하며 승차장까지 내려가 金씨 등을 배웅했다.

이후 盧후보는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대표단을 면담한 데 이어 오후 늦게는 시내의 한 극장에서 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에 출연한 영화배우 안성기씨 등과 간담회를 했다.

서승욱·김정하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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