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간 짜릿한 스피드 '익스트림 OP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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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아이맥스 영화를 35㎜ 필름 스크린에 옮겨놓으면 어떤 느낌이 들까. 또 90여분 동안 TV 광고를 쉬지 않고 본다면 어느 만큼 즐거워질 수 있을까.

'익스트림 OPS'를 보고 난 소감이다. OPS는 작전·군사행동 등을 뜻하는 영어 오퍼레이션스(Operations)의 약자. 하지만 영화는 군사 작전과 전혀 관계가 없다. 한 CF 촬영 현장의 얘기다.

이 작품에서 주목할 것은 스피디한 액션이다. 정신 없이 화면을 가로지르는 각종 묘기가 오감을 멍하게 만든다. "롤러코스터 영화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작심한 듯하다. 숨 고를 여유를 거의 주지 않고 쏟아내는 액션에 혼이 빠질 정도다.

스카이 다이빙·산악 자전거·급류타기·스노 보드·스키 등 종목도 가지가지다.

질주하는 기차 뒤에 매달려 스노 보드를 타거나, 산처럼 무너지는 눈사태를 뒤로 하고 활강 묘기를 펼친다. 분노하는 물결을 타고 내려오는 래프팅도 짜릿하다.

하지만 그게 영화의 전부다. 웬만한 모험은 우습게 아는 익스트림(극한) 스포츠 전문가들이 오스트리아의 설원에 모여 CF를 찍다가, 그들을 미 중앙정보부(CIA) 요원으로 오해한 테러리스트 일당과 목숨을 건 대결을 벌인다는 줄거리는 잊어도 좋다. 등장 인물의 성격도 전혀 고려할 대상이 아니다.

남는 건 쫓고 쫓기는 자의 질주극이다. 심장이 약해 놀이동산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을 배려했던 것일까. 화면 하나는 꽤나 빠르게 지나간다. 하지만 달콤한 사탕도 계속 먹으면 물리는 법. 속도도 지나치면 느리게 느껴진다. 크리스천 드과이 감독. 1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박정호 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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