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틀 속에서 찾는 지구촌 평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2면

한국사회의 유엔 외교 역시 넓은 시야와 대처가 필요한 단계에 이른 시점에서 의미있는 연구서 한권이 출현했다. 박수길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장(전 유엔대사 및 안보리 한국수석 대표)이 엮은 『21세기 유엔과 한국』이 그것으로, 이 책에 등장하는 최영진 주 오스트리아 대사, 박기갑 고려대 교수 등 20명의 저자들은 대부분 유엔 관련 분야에 연구를 진행해온 사람들이다. 따라서 풍부한 현장감이 이 책이 갖는 장점이다.

모두 5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평화와 안보,군축, 유엔개혁 등 유엔체제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슈를 취급한다. 특히 거부권의 제한과 상임이사국의 증가문제를 둘러싼 권력정치의 현실과 협상, 그들간의 상호견제에 대한 분석이 돋보인다. 한국의 대응과 최근 개설된 국제형사재판소의 기능과 한계,그리고 테러리즘과 인권문제와 같이 국제사회 현안들도 포괄한다. 특히 국제테러리즘에 대한 대응이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안보의 중요성이 과연 시민들의 기본권을 어느 정도까지 제약할 수 있는 것인가에 관한 문제 제기는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마지막 장에서 언급했듯이, 유엔의 미래는 소외된 그룹들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제조정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미국과의 협력이 가장 중요한 성공의 관건이다. 따라서 미국이 이번 이라크 침공에 앞서 유엔안보리와의 지루한 협상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국제사회 전체에 큰 위안이자 긍정적인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의 힘과 실천의지야말로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인권보호에 가장 확실한 필요조건이 되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모순의 극복은 21세기 유엔이 당면한 도전이다.

국제사회에 참여하고 기여한다는 일은 생각만큼 쉬운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국제사회의 흐름과 문제점들을 깊이 이해하고 지구촌 구성원들이 함께 고민을 나누는 일이다. 또한 지구촌 사이에 확대되는 빈부격차와 차별 등을 해소시키기 위해 우리 스스로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일도 시급하다. 이 책은 평화와 정의를 국제사회의 틀 속에서 구현하는 방법에 대한 유용한 실마리다.

박춘호<부경대 석좌교수·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