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서 거짓말 안할 것” … 이인규 ‘폭탄발언’ 나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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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지휘했다는 이유로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이인규(52·사진) 전 대검 중수부장이 ‘사실대로 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수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이 전 중수부장은 16일 밤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회에서 부르는데 나가야지 어쩌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이 전 부장과 함께 증인으로 채택된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 등 현직 검사들이 청문회 출석에 부정적인 행보를 보인 것과는 크게 다른 분위기다. 그는 이어 “나가서 묻는 말에 있는 그대로 대답하겠습니다. 거짓말은 절대 안 할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기자가 “무슨 말을 할 것이냐”고 계속해서 묻자 “청문회에서 들으면 될 것”이라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앞서 이 전 부장은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에 대해서도 검찰의 공식 해명과는 다른 각도에서 접근했다. 그는 지난 1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 와서 제가 ‘맞으면 맞다, 틀리면 틀리다’고 어떻게 말하겠느냐”면서 “조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설명할 문제”라고 말했다. 검찰이 “차명계좌라는 것은 없었다”고 분명하게 밝힌 것과 달리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셈이다.

이에 따라 평소 직설화법을 구사해온 그가 청문회에서 어떤 말을 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전 부장이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진행할 당시 김 후보자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내사가 시작됐었다. 그가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의혹이 커질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다. 또 청문회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의 진위에 관한 질문이 튀어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전 부장은 지난해 7월 퇴임하면서 “사리사욕을 위해 정의를 짓밟는 범죄자들과 이들이 저지른 불의로 고통 받는 선량한 피해자들이 우리 검찰을 기다리고 있다. 불의와 부정부패에 대한 투쟁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진배·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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