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두 의원은 고소하고 검찰은 수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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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가정보원의 정치인 불법 사찰(査察) 의혹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어제 “제 사생활 전체, 저희 가족의 세무관계 및 입·출국 기록을 (국가기관이) 사찰했을 것”이라며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은 국정원이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 의원의 경우 2006년 부인이 보석 업체를 운영하던 중 동업자와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으며, 이 과정에서 당시 이택순 경찰청장을 접촉했다고 한다. 같은 당 정태근 의원은 그제 “국정원이 나와 아내 주변을 탐문(探問)하며 사찰을 했다”면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통해 확인했다”고 했다. 지난해 7월부터 국정원 직원이 정 의원의 부인이 부사장으로 일하는 컨벤션업체 주변을 돌며 사업수주 과정과 정 의원의 압력을 뒷조사했다는 것이다.

총리실 소속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이 확인된 마당에 국정원까지 등장하면서 국민들은 극도의 혼란에 빠지고 있다. 사찰이 실제 벌어졌는지, 의원들 주장이 사실인지, 두 의원 부인 사업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숱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불법 활동은 일절 하지 않고 있다”는 국정원의 해명을 믿기엔 망설여진다. 과거 안기부(현 국정원) 불법도청 사건의 망령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젠 진상 규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두 의원부터 변죽만 울릴 게 아니라 말에 책임을 지고 검찰에 당장 고소하는 게 순서다. 현행 국정원법은 정치 사찰 등을 통한 국내 정치 개입을 금지하고, 어길 경우 처벌하도록 돼 있다. 국정원의 직무범위에도 벗어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 고소를 계기로 ‘부인 사업과 영향력 행사 여부-이상득 의원의 2선 후퇴 주장-불법 사찰’이라는 두 의원을 둘러싼 의혹의 커넥션을 파헤치는 게 검찰의 임무다. 정부 차원에서 잇따른 의혹 제기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면 ‘사찰 정부’를 묵인하는 꼴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정치인이나 민간인에 대한 국가기관의 불법 사찰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범죄행위다. 진실이 안갯속에 허우적대고 의혹이 확대 재생산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광우병 촛불사태 때 경험하지 않았던가. 사찰 문제는 반드시 털고 가야 할 중차대한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