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이면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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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물고기 중에 흔히 ‘이면수’라고 불리는 것이 있다. 그런데 몸 색깔이 잿빛을 띤 누런색이고 껍질이 두꺼우며 줄무늬가 있는 이 물고기의 바른 명칭은 ‘임연수어(林延壽魚)’다. 임연수라는 사람이 잘 잡아서 그렇게 불리게 됐단다.

옛 서적들에는 이 물고기 이름을 나타내는 한자가 서로 다르게 표기돼 있는데 『난호어목지』에는 임연수어(林延壽魚),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임연수어(臨淵水魚), 『전호지』에는 이면수어(利面水魚)로 돼 있다. 여러 가지 뜻으로 해석해 한자어를 만든 것이다.

문제는 ‘임연수’라는 사람 이름을 쓰다 보니 ‘임연수 구워서 먹자’ ‘임연수 배 따고 씻어서 소금 좀 뿌려 줘’와 같이 보고 듣기에 끔찍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꼬박꼬박 ‘어(魚)’를 붙여 ‘임연수어’라고 말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렇다면 옛날에도 ‘이면수’라고 표기한 책이 있었으니 차라리 소리 나는 대로 적은 ‘이면수’를 표준어로 하거나, 복수 표준어로 인정해 주는 것이 어떨까. ‘미류(美柳)나무’를 사람들이 ‘미루나무’로 적고 발음하는 일이 잦자 이를 표준어로 인정했듯이.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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