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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의 특별한 일출]'해뜨는'서해에서 '해지는'한해 마무리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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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남들이 움츠러드는 겨울이 되면 오히려 더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서해 바닷가 마을인 마량포구(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리)와 왜목마을(충남 당진군 석문면 교로2리) 사람들이 그들이다. 일출과 일몰을 보러 전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량포구와 왜목마을은 서해안에서는 아주 드물게 해가 뜨고 지는 장면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마량포구는 지구의 자전과 공전의 원리에 따라 겨울철에만 해상 일출을 볼 수 있다. 왜목마을 일출의 경우 연중 관찰이 가능하지만 지형적 특성 때문에 겨울철 일출이 가장 아름답다. 게다가 동해 일출에 비해 훨씬 다양한 장면이 연출돼 흥미진진하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같은 장소에서 바다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포구 좌우에 바다를 품고 있어 같은 자리에서 시선만 옮기면 아침해, 저녁놀을 볼 수 있다.

바다 너머 전북 군산까지는 육지가 멀기 때문에 포구 앞 1㎞쯤 떨어진 띄섬과 장구만의 개야도 사이 동쪽 수평선 너머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마량포구 일출을 볼 수 있는 시기는 12월 초순부터 이듬해 2월말까지. 그 가운데 섬이나 육지 등에 걸리지 않고 순전히 바다에서 떠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기간은 12월 20일부터 1월 사이다.

마량포구 바다 일출이 세상이 알려진 것은 3년전인 1999년 겨울.

당시 우연히 서해 일출 현상을 소개하는 글이 한 일간지에 실린 게 계기가 됐다. 마침 당진 왜목마을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이어서 마량포구도 덩달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해돋이 계절이되면 하루 평균 1천여명이 찾는다. 이후 마량포구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변변한 숙박시설 한곳 없던 이곳에 여관·민박집이 10여개나 들어섰다.포구주변 항만 공사도 마무리돼 각종 쓰레기 등으로 어지러운 모습이었던 항구도 말끔해졌다.

마을 이장 조광병(52)씨는 "일출과 함께 마량포구는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며 "겨울철뿐만 아니라 사계절 관광지로 조성하기 위해 주민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길 안내=서해안고속도로 춘장대IC나 서천IC에서 빠져나와 춘장대 해수욕장 쪽으로 가면 된다. 수도권에서 마량포구까지 승용차로는 2시간∼2시간30분정도 걸린다.

마량포구 마을에서는 민박도 가능하다. 마을 이장(011-425-3018)이나 서천군청 문화공보실(041-950-4224)을 통하면 숙소를 예약할 수 있다. 포구에 있는 카페 '시간여행'에서는 차를 마시며 낙조의 장관를 즐길 수 있다.

▶주변 볼거리·먹거리=마량포구에 들어서면 먼저 눈에 띄는 게 포구 언덕위에 있는 해양박물관(041-952-0200)이다. 함정 모형의 해양박물관은 개인 사업을 하는 이장복(42)씨가 전재산 21억원을 들여 지난 2월 문을 열었다.

식인조개 등 패류와 바다의 포악자 청상아리 등 어류 박제 2천여점이 전시돼 있다.

마량포구에서 20㎞쯤 떨어진 한산면 신성리 금강변에는 영화 'JSA'촬영지로 유명한 갈대밭이 있다.

폭 2m·길이 1㎞로 펼쳐진 갈대밭(면적 6만5천여평)에는 2m이상 자란 갈대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갈대밭에 들어서는 순간 스치는 바람에 몸을 비비며 '서석서걱'대는 갈대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갈대밭에서 10㎞쯤 떨어진 금강하구는 수십마리 겨울철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철새도래지다. 서천특산물로는 찹쌀로 빚어 1백일 동안 익혀서 마시는 소곡주(041-950-0290)가 있다.

왜목마을 주민들은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쯤이면 너나 할 것 없이 해변에 모인다. 이들은 각자 하던 일을 접어두고 쓰레기 봉투와 집게를 들고 해변을 헤집고 다니며 쓰레기를 치운다. 몰려드는 관광객에게 쾌적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 위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벌이는 행사다.

1998년까지만 해도 한달 내내 외지인이라곤 10명도 구경하기 힘들었던 이 마을은 불과 4년만에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됐다.

25명(8가구)이던 주민 수가 3배로 늘었고 여관도 3곳이나 들어섰다. 횟집은 총 15군데나 된다. 어민들의 소득도 연간 1천여만원 이상 늘었다. 98년 당시 이철환(57)부군수가 이 마을 해돋이 장면을 관광상품으로 기획, 세상에 알리면서 왜목마을은 유명해졌다. 그때까지 마을 주민은 물론 어느 누구도 날마다 바다에서 뜨고 지는 해를 보면서 관심을 갖지 않았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이곳 해안선의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수평선이 동쪽으로 놓여 바다일출 현상을 볼 수 있다.'왜목'이란 지명도 지형이 왜가리의 목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요즘 왜목마을을 찾는 관광객은 평일 4백여명, 주말 2천여명으로 연간 20여만명에 이른다.

왜목마을 일출의 특징은 날마다 해뜨는 지점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이다. 인근 국화도와 장고항 노적봉 사이 2㎞해상을 사이에 두고 해뜨는 지점이 좌우로 이동한다.

관광객 임희빈(49·경기도 일산시 송포동)씨는 "동해안 일출이 장엄하고 화려하다면 왜목마을 일출은 한순간 황토빛으로 변하면서 바다를 가로지르는 불기둥이 일어나는 소박하면서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특징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해넘이는 왜목마을에서 2㎞쯤 떨어진 대호방조제를 찾으면 제대로 볼 수 있다.

연중 날짜별 일출·일몰 시간은 당진군청 문화공보실에 근무하는 최선묵(39)씨가 운영하는 개인홈페이지(http://idea300.hihome.com)를 보면 자세히 알 수 있다.

▶길 안내=서해안 고속도로 송악IC에서 국도 38호선을 타고 석문방조제를 거쳐 오면 된다. 서울에서 1시간30분 정도 걸리고 송악IC에서 왜목마을까지는 42.5㎞정도다. 문의 당진군청 문화공보실 041-350-3224

▶주변 볼거리·먹거리=왜목마을은 갯벌체험을 하기에 알맞은 곳이다. 마을앞에 넓게 펼쳐진 갯벌에서는 바지락·굴·바다가재 등을 손쉽게 채취하거나 잡을 수 있다. 대호방조제 중간지점에는 도비도가 있다. 농업기반공사가 시범 조성한 농어촌 휴양단지인 이곳에는 해수탕·농산물 직판장 등이 들어서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서해대교를 막지나 당진에 들어서면 올 4월 문을 연 삽교호 함상공원을 만날 수 있다. 구축함과 상륙함 등 두 척의 군함을 해군으로부터 무상 양여받아 민·관 합작으로 만든 이색 테마공원이다. 충남 북부 해안을 드라이브 하면서 한진·안섬·성구미·장고항 등 해안가 곳곳에 있는 횟집에 들르면 싱싱한 회를 싸게 즐길 수 있다.

김방현 기자

kbh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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