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농민시장 물가 크게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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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 7월 1일의 경제개선 조치 이후 북한 내부에 큰 혼란은 없지만 5개월이 지나면서 일부 지역에서 농민시장의 물가가 대폭 오르는 부작용도 생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북한 당국은 그동안 물가·임금인상에 따른 문제점 보완을 위해 식량과 생필품 등 공급물량 확보에 주력하면서 암시장에 내다파는 행위를 막기 위해 기업소와 상점의 재고조사를 수시로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4일 북한의 '경제개혁'에 대해 "인플레 등 일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노동생산성이 향상되는 성과를 올리면서 전반적으로 큰 혼란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국정가격과 농민시장 가격의 격차가 해소되면서 물자 유통이 원활해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국가가 쌀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상점에도 식료품이 없어 이런 물자가 있는 농민시장에 의존했으나 지금은 닭고기와 계란을 비롯한 식료품들이 그런대로 공급되고 있는 국영상점도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 북한 전문가는 "안내원들이 일부 제품을 살 때를 제외하고는 과거처럼 농민시장에 자주 가지 않아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곡물·남새(채소)·고기 등의 필수 식료품보다 의복(양복 60배,내의 80배), 안경(50배), 술(50~1백배) 등 소비재 가격이 대폭 인상돼 경공업제품의 소비가 위축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식료품의 가격이 배급제 당시와 비교해 너무 올랐다는 불만이 많아 9월 말 일부 기업소 및 기관에 식료품 비용 재산정 지시가 있었다고 그는 전했다.

최근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의 관리들도 "7월 개선조치 이후 열심히 일하고 좋은 상품을 생산하지 않으면 급료를 받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조성돼 생산 의욕과 상품의 질이 확실히 높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신의주·무산 등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지역의 경우 농민시장의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이 지역 출신의 최근 탈북자들은 식량가격이 2~3배로 폭등했고, 운동화·양복천 등도 1.5배 정도로 올랐다고 전했다.

또 일부 주민은 공장·기업소 업무보다 부수입을 올릴 수 있는 일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단둥(丹東)의 한 조선족은 "화교들이 싣고 온 물건을 하역하는 데 한 시간에 북한돈 1백원을 받을 수 있어 공장에서 근무하다가도 연락이 오면 하역장으로 달려가는 사례가 빈번해 지배인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정창현·고수석 기자

jch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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