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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멜버른의 여름-걸음이멈춰지는공원속 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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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1850년대 골드러시로 형성된, 호주 제 2의 도시인 멜버른은 국제 금융도시로 급성장하고 있다. 최첨단의 현대식 건물과 빅토리아 양식의 웅장한 건물들이 교대로 늘어서 있고 시내 어디를 가든 자연미와 인공미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공원을 만날 수 있다.

멜버른이 '가든 시티'라는 애칭을 갖게 된 것도 우거진 숲과 호수로 이뤄진 대규모 공원 때문이다. 뛰어난 솜씨의 조경사들에 의해 꾸며진 19세기식 공원은 자칫 무료해질 수 있는 도심 관광에 묘미를 더해준다. 그중에서도 19세기 중반에 조성된 로열 보태닉 가든은 대형 호수가 인상적이다.

멜버른의 중심은 스완스톤 거리. 비즈니스의 중심지이자 쇼핑몰과 노천 카페가 즐비한 최대의 번화가다. 고층건물 사이로 최대 규모의 쇼핑몰인 멜버른 센트럴과 대형 백화점인 메이어 등이 잇따라 서있다. 골목골목엔 조그만 선물가게, 갖가지 초콜릿 상점, 서점, 이탈리아풍 카페들이 이어진다.

거리에서는 온갖 인종과 세계 각국에서 어학연수나 여행·사업차 방문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모두가 멜버른의 주인인 동시에 이방인들이지만 활기가 넘치고 친절하다.

여행의 묘미를 즐기려면 대형 쇼핑몰보다는 골목길의 조그만 상점에 들르는 것이 좋다. 호주 원주민이 제작한 토산품이나 과일 향이 듬뿍 풍기는 초콜릿을 흥정해 보자. 또한 웬만한 카페에 들어가도 1백 가지가 넘는 메뉴가 기다리고 있어 즐겁다.

야라강변에 위치한 크라운호텔 주변의 야경도 빼놓을 수 없다. 크라운 카지노에 들러 운을 시험해 볼 수도 있고, 강변 노천카페에서 맥주 한잔을 기울이며 이국적인 향취에 흠뻑 빠져볼 수도 있다.

야라강 건너에 있는 플린더스역(驛)은 멜버른 시민들의 대표적인 만남의 장소로 멜버른을 상징한다. 서울의 청량리역 정도에 해당되는 플린더스역은 멜버른에서 시외로 이어지는 기차와 승객들로 밤낮없이 북적거린다.

멜버른을 방문하면 트램(전차)을 꼭 타봐야 한다. 트램은 50년대 서울 종로거리에서 볼 수 있었던 전차를 말한다.

시내를 일주하는 코스를 관광객들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시내 중심부에서 20분쯤 트램을 타고 벗어나면 브런즈위크 거리에서 멜버른 젊은이들의 자유스럽고 활력에 찬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킬다 해변 쪽으로 나가면 미각을 자극하는 온갖 케이크 가게들과 집시들의 재즈 공연 등에 넋을 잃고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다.

멜버른시가 형성된 1850년대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중심가의 멜버른 감옥소는 도시 형성 초기에 암약했던 갱단들의 흉상과 그들이 수감생활을 했던 시설이 고스란히 재현돼 있다. 또 시내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소버린 힐에서는 골드 러시 시대의 생활을 체험할 수 있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직접 사금을 채취할 수도 있다. 소버린 힐 바로 밑에 있는 와일드 파크에 들르면 호주의 광활한 평원과 다양한 동식물을 만날 수 있다.

캥거루나 코알라·윔뱃 등 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야생동물에게 직접 먹이를 줄 수도 있다. 어린이를 동반한다면 반드시 가 봐야 할 곳이다.

멜버른(호주)=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호주 멜버른 시내엔 한가로움이 넘친다. 시내를 가로지르는 야라강에서 홀로 카누를 즐기는 시민들의 표정이 그렇다. 강변을 따라 늘어선 노천 카페와 푸른 숲이 우거진 가든시티(대형 공원)에서 잡담을 나누는 사람들의 얼굴에서도 여유와 행복이 묻어난다. 멜버른이 캐나다의 밴쿠버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매년 선정되는 이유를 이들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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